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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자금을 받아서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들은 최근 국내외 증시 상황에 대해 "빠질 만큼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미국의 부채협상 난항 등 시장을 억누르는 악재는 곧 해소될 일만 남았다는 평가다. 다만, 금리가 상승 국면인 데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고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기술주·성장주 투자는 신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코스피 3000 붕괴, 나스닥 급락 등 최근 시장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헝다그룹 불확실성, 미국 부채한도 상향 진통 등 이슈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친환경발 그린플레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기대보다 빠르게 올라가면 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플레이션은 유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최근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송종호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재정 지출과 부채한도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은 헝다그룹 디폴트 가능성, 심각한 전력난 등 정치적인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상무는 "중국 전력난이 전반적인 전 세계 제조업 경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와 천연가스 강세가 심화되며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에 가동률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상무는 이 같은 대외적 악재에 기업 실적까지 꺾이면 주가는 단기 조정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하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주식본부장(상무)은 "결국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상무는 "올해 초에도 금리가 올랐을 때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며 "개별 기업 펀더멘털이 변했는지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곳곳에 증시 발목을 잡는 리스크가 많지만 투자 기회도 여전히 존재한다. 송태우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본부장(상무)은 "고배당 종목군에 해당하는 금융주와 신재생에너지 섹터 투자가 유망하다"며 "게임과 산업재 섹터는 4분기 이후 피해야 할 업종"이라고 밝혔다. 송종호 상무는 "위드 코로나와 더불어 최근 오징어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열풍을 반영해 미디어, 콘텐츠, 기타 소비재, 내구 소비재 등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며 "하락세가 지속된 반도체·정보기술(IT) 섹터를 사고,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2차전지 소재주 등에 대해서는 이익실현을 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심 상무는 "항공·정유·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좋아보이고, 계속 금리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그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주, 보험주도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며 "연말로 가면서 올해 조정을 많이 받은 고배당주와 리오프닝 수혜주 중 정유주도 눈여겨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 상무는 "올해 반도체주가 펀더멘털 대비 안 좋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내년 이후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많이 오른 2차전지 같은 업종은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미국 기술주 투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상무는 "미국 기술주와 같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종목은 금리 인상기에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투자를
[문지웅 기자 /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