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인터뷰 ◆
■ 대담 = 노영우 금융부장
↑ 최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구 DGB금융지주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후배들에게 "디지털 노마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영 기자] |
―금융의 역할은 뭔가. 은행들이 리테일만 하고 기업금융이나 위험을 떠안는 사업을 못한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뺏고 뺏기는 일만 하고 IB(투자금융)나 해외 진출 등을 하지 못한다. 은행이 IB를 하지 못하는 것은 오너가 없기 때문이다. 위험이 큰 자산을 한 번 (투자)하면 부담이 엄청 높아 투자를 하지 못한다. 리테일 시장은 전부 '플랫폼'으로 갈 것이다. 은행은 플랫폼이 못 들어오는 직접 투자, IB로 가야 한다. 자산관리와 기업여신에 (플랫폼이) 지금은 못 들어오지만 나중엔 들어올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로 중간 매개체가 없어질 것이다. 금융이 살 길은 고액의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것, 직접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으로 가야 한다. 팬데믹으로 대면 채널은 죽고 비대면을 활성화한 인터넷은행으로 가고 있다. DGB금융은 증권 리테일이 취약하다. 이번에 핀테크 기업인 뉴지스탁을 인수한 이유도 리테일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뉴지스탁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DGB금융과 손잡으면 '윈윈'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뉴지스탁의 주요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그룹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비이자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국내·해외 주식에 관심 있는 MZ세대가 계속 성장하니 뉴지스탁을 이용해 이들을 끌어와 미래 수익원을 잡으려고 한다.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노마드'가 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면 본인이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곳에만 있으면 영향력을 개발하기 어렵다. 나는 '아날로그 노마드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 지주, 보험 등 노마드처럼 살았는데, 영향력이 있어야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위험은 감수해야 하고 안주하면 낙오될 수 있다. 노마드처럼 살아야 생존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시작한 카카오톡을 전 국민이 사용하는데 금융을 하니 반응이 폭발적이다. 100년 가까이 금융업을 한 은행보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더 높다. 다만 카카오의 문제점은 '금산분리'가 안 된 점이다. 은행은 금산분리 제약이 있는데, 카카오는 모빌리티와 게임즈 등 계열사 고객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다른 은행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규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빅테크 플랫폼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우리(금융사)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로 전락했다. 금융사는 상품을 만들고 감독당국의 각종 규제를 받고 건전성을 관리한다. 하지만 핀테크는 그런 것 없이 수수료만 받는다. 백화점이 중소업체를 입점시켜 물건을 팔듯이 플랫폼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이 변화와 혁신, 메기 역할을 하라고 핀테크를 성장시켰는데, 주객전도가 됐다.
▷상환 능력을 잘 보고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이 신용불량자를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은행이 반성해야 한다. 은행의 목표를 보면 매년 대출을 얼마나 하고 이익을 얼마나 낼 것인지이기 때문에 대출자가 견뎌낼 수 없다. 이런 식의 영업을 하는 것은 금융사 CEO가 장기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를 신경 쓰는 것도 3~4년 근무하더라도 마라톤을 달리듯이 다음 타자에게 넘겨주고 가게 만들기 위해서다. 사람이 떠났어도 정신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지배구조의 근본이다. 투명하게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철학을 이어가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보험이 망가지는 것도 저축성 보험을 다 팔아놓고 도망가기 때문이다. CEO가 어떤 철학을 갖고 경영하는지에 따라 경영이 달라진다. 가계대출 규제도 금융당국이 은행에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 스스로 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 금리가 오를 것이다. 물가도 막혀 있는데 수요가 늘면 올라갈 것이다. 기준금리는 1%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보고 있다. 실물자산을 사고파는데 가상자산을 못 사고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당국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면 할 용의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찾을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가상자산 지갑 등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
▷ESG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금융권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ESG를 하지 않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방금융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려운 지역 경기를 회복하려면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지방금융지주 역할이 크다. 지방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급하면 우리에게 뛰어오라고 말한다. '살리자'는 마음으로 지원한다. 그러면 (지방 기업들은) 잘 살아난다. 또 지방금융은 지역경제의 연성정보를 파악하기 쉽다. 객관적으로 신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부터 영세기업, 중소기업에 금융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었다.
▷상반기 증권과 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54% 이상 증가한 1372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다. 대구은행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질적 성장을 이끈다면 비은행 계열사는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특히 계열사인 증권과 캐피털,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본시장 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하이투자파트너스와 뉴지스탁을 인수한 만큼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은 당분간 없다.
―코로나19 대출 만기 이자 상환 유예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이자 유예를 해보니 진짜 힘든 사람들 외에는 모두 대출을 갚았다. 금리가 높은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적 해이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봤을 땐 금액이 많거나 (은행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 원금 상환 유예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영업자는 수입이 줄어드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은행은 힘든 시기에 (고객을) 도와줘야 한다. 고객이 죽으면 은행도 죽는다.
―금융권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미리 선발 과정을 거쳐 사람을 평가하고 차기 CEO를 준비한다. 언제든지 현 CEO를 대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경쟁도 시킨다. 지금보다 이사회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면 CEO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 김 회장은…
△1954년 대구 출생 △1978년 연세대 경영학과 △1978년 외환은행 입사 △2002년 하나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장 △200
[정리 =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