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총량 관리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올해 대출 총량을 목표치(증가율 5~6%)에 맞추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내년까지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확대돼 온 만큼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추가 대출 규제를 10월 초 혹은 중순에 발표할 것이며 이번 대책의 핵심은 상환 능력 평가의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출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본인이 대출을 감당하고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대출 규제 일환으로 검토되는 전세대출 제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실수요자 피해를 피해야 하니 신중히 고려해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간담회에는 김영익 서강대 교수, 이종우 경제평론가, 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 김영일 NICE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용상 금융연구원 센터장이 참석했다.
[윤원섭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대출 강력규제' 후폭풍
당국, 대출증가율 6%대로 묶자
여력 있는 우리·신한은행에
주담대·전세대출 문의 몰려
국민·하나은행은 한도 축소
고 위원장은 27일 가계부채를 금융·경제 리스크가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진단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도한 가계부채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사전에 안전하고 확실하게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확대돼온 만큼 그 관성을 되돌리는 과정이 불편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부채가 1806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년 이후에도 일관된 대출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간담회에 참가한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역시 "국민 경제 규모와 기초 여건에 부합한 수준으로 부채 총량과 속도를 조절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여파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대출 총량 한도에 여력이 있는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풍선효과가 나더라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인 6%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혀 풍선효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하나은행까지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최근 신한은행·우리은행 영업점으로 대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출 총량 한도를 거의 채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이달 24일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4.29%, 4.78%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인 5~6%에 바짝 다가섰다.
한 달 전 농협은행이 당국 가이드라인을 초과해 일부 대출 상품 취급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농협은행처럼 대출 창구를 아예 닫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일부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기준으로 주담대 한도가 최대 5000만원까지 줄어든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2.44%, 3.61%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주부터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9월 말~10월 초 대출 잔액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