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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시아 최고 높이의 말레이시아 `KL118` 타워 공사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위험 요소가 제거된 설계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물산] |
지상 500m 이상 높이에서 첨탑 공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위로 올라갈수록 공간이 협소해 공사 도중 추락하거나 자재가 떨어질 위험이 산재했다. 삼성물산 설계안전성 검토(Design for Safety)팀은 수개월간 말레이시아 현지와 영상회의를 통해 볼트 체결, 가설 비계설치, 용접 작업 등 과정에서 추락이나 자재가 떨어질 위험 요인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토론을 이어갔다.
그 결과 전망대로 연결하는 계단 설치 작업과 관련해 18개 철골 부재에 대한 용접 등의 작업 중 기능 유지에 불필요한 12개 부재 설치를 없애기로 했다.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고소 용접 작업을 대폭 줄인 것이다. 변경된 설계안을 바탕으로 발주처의 승인을 받아 현재 첨탑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내년에 준공되면 '버즈 두바이'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된다. 높이 644m(118층)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최고 마천루로 위용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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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블록 설치 도중 블록이 탈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블록 고정장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대안 설계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서울 한 오피스 빌딩 신축 현장에서는 당초 외부 커튼월과 루버(창살)가 분리된 채 설계돼 루버 설치를 위한 외부 장비를 이용할 경우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었지만, 커튼월과 루버를 일체화해 루버 설치 공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추락 위험을 확 낮췄다.
빌딩뿐 아니라 주택에서도 DfS팀이 위험 요소는 없는지 면밀히 살핀다. 내년 상반기 분양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재정비촉진구역 일대 재개발 사업에서는 입주민 안전을 위해 주차장의 차량 동선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위험 지역으로 보행자들이 다닐 수 없도록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안전을 고려한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시공 과정에서의 안전뿐 아니라 준공 후 사용자 안전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첨탑 공사에서 쌓은 안전 DNA를 삼성물산 대표 주거 브랜드인 래미안에도 적용해 이용자들의 안전 위험 요소를 확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시공 과정에서의 대응 중심으로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설계 단계부터 어떻게 해야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없애는 '예방형 안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안전관리가 대응이 아닌 예방으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시공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시공사가 DfS 프로세스와 문화를 뿌리 내린다면, 보다 현실적인 안전
작업중지권, 안전강화비 등 현장 안전을 선도하는 삼성물산은 자사가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 생애주기별 단계에 DfS를 적용하는 프로세스를 의무화했다. 또 총 7200여 건의 현장 안전 사례를 분석했고, 설계 개선 항목을 발굴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