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주식 쪼개서 매매 ◆
금융위원회가 국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김씨와 같은 소액투자자를 위해서다. 삼성전자, 카카오처럼 액면분할을 실시한 종목들은 소액투자자도 쉽게 거래할 수 있지만, 다른 대형주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예로 들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92만5000원에 달한다. 김씨의 경우 2주만 거래하면 더 이상 살 수 없다. 증권업계가 한 목소리로 주식 소수점 거래를 요구했던 이유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소액투자자가 급속히 늘었는데 주가가 비싸 선택권이 제한적이었다"면서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면 소액으로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10%씩 똑같은 비중으로 분산 투자하려면 4987만원이 필요했다. 액면분할을 단행한 삼성전자의 경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지만 다른 우량주들은 주당 가격이 10만원 이상이다. 만약 0.01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면 종잣돈 50만원으로도 우량주 10개에 똑같이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면 아이들이 세뱃돈으로 주식을 매매하면서 금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면서 "증권사 또한 고객들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위주로 하는 증권사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유치할 때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원 카카오페이증권 사업전략본부장은 "펀드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고객들 반응이 좋다"면서 "투자 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소수점 거래의 전면 허용에 맞춰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12곳이 소수점 거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면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소수점 주문을 취합해 한국거래소에 1주 단위 온전한 주식으로 호가를 내야 한다. 만약 1주 단위에 미달하는 소수점 주문이 있으면 증권사가 자기 재산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문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선행 과정이 필요하다. 금융위가 해외 주식 소수점 단위 거래의 경우 올해 안으로 전면 허용하고, 국내 주식은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하기로 한 것 또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탁결제원은 투자자의 증권을 보관하고 권리 행사를 위임받는 구조로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주식 거래와 예탁 과정을 펀드와 같은 신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탁원은 소수점으로 거래된 주식 권리를 행사하고, 보유한 주식에 비례해 배당금을 분배해야 한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소수점 거래를 도입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일정한 기간 운영한 뒤 법령 개정 등을 검토
최근 들어 다소 하강 추세에 접어든 주식 투자 열풍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감지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3410억원에 그친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18조120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