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성자로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14개 증권사 중 13곳이 당분간 시장조성 활동을 멈추겠다는 뜻으로 거래소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 9곳에 시장질서 교란 행위 혐의가 있다며 과징금 부과를 예고하자 제도 운영 주체인 거래소는 7일 시장조성 의무를 당분간 면제해주겠다며 공문을 보내 증권사들의 신청을 받았다.
금감원이 어떤 부분을 문제 삼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들이 시장조성 활동에 부담감을 호소하자 거래소가 고육책으로 꺼내든 카드다. 거래소는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정상적인 시장조성 활동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요청하는 경우 모든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하고, 면제 기간은 향후 시장조성자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증권사(시장조성자)가 거래소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하면서 13일부터 증권사들의 매수·매도 호가 제출은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이 부족해 호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종목에 대해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출해 주식 거래를 촉진한다. 시장조성자가 사라지면 저유동성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가 급격히 줄 수 있다. 시장조성자가 호가 격차를 메워주지 않으면 매도자는 호가를 내려야 하고, 매수자는 호가를 올려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거래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시장조성자의 호가 제출이 사실상 중단되는 13일부터 당장 이런 부작용이 속출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가총액이 작은 저유동성 종목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하나둘 나타날 수 있다고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과징금 통보를 받은 9개사의 제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봐서 의무 면제 신청을 받았다"며 " 저유동성 종목의 거래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코스피 332개, 코스닥 341개 등 총 673개 종목이다. 종목 선정은 거래소가 거래 회전율 등 유동성을 평가해 유동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종목과 신규 상장 종목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외 증권사 14곳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333개 종목), 한화투자증권(137개), 신한금융투자(116개) 등이다. 골드만삭스(174개), 에스지증권(158개), CLSA(77개) 등 해외 증권사도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까지였던 증권사들의 의견 제출 기한을 16일까지로 연장하며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과징금 규모는 소명 과정을 거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조사 과정에서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