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또 다시 뉴욕 증시 '가을 하락론'이 나왔다. 이달 이후로는 미국 주식보다 유럽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 델타 변이 등 중국발 코로나19의 변이 확산 탓에 미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는 와중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정상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뉴욕 증시 변동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7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수석 전략가는 투자 메모를 통해 "뉴욕 증시는 9~10월 동안 변동 장세가 될 것이며 특히 10월로 갈 수록 험난해질 것"이라면서 "미국 주식을 '비중 축소'하는 한편 유럽·일본 주식을 더 매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연말 4000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BC 집계에 따르면 월가 평균 예상치(4328포인트)에 비해 약 8% 더 낮은 수준이다. 7일 기준 S&P 500지수는 4520.03포인트로 올해 1월 이후 22.14% 뛴 상태다.
시츠 수석 전략가는 미국 주식 비중 축소 의견을 낸 가장 큰 이유로 물가 상승 압박에 따른 연준 통화 정책 조기 정상화 가능성을 들었다. 그는 "과거의 경험적 데이터를 보면 통상 9월은 증시 비수기인데 델타 변이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기대치 포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 정책 불확실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가 변동성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 해 3월 이후 경기 부양 목적에서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낮추고 이후 매달 1200억달러어치 자산(국채 800억달러·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을 사들임으로써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왔다.
올해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물가가 뛰자 연준 인사들이 연말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을 통해 기존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공식화했지만, 고용 회복세가 물가 상승세를 따르지 못한 탓에 지난 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과 별개로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물가 급등 탓에 연준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 모건스탠리는 연말 이후 연방 의회에서 대형 기술 기업에 불리한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도 증시 하방 압력이라고 판단했다. 의회와 더불어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그간 뉴욕 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에 대해 '플랫폼 반(反) 독점' 규제에 나선 상태다. 이어 하원을 이끄는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았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국내총생산 기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0%에서 5.7%로 낮췄다.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4%에서 6.0%로 내린 지 한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하향한 것이다. 예상보다 소비와 서비스 부문 회복세가 더딘 와중에 델타 변이가 3분기 성장을 압박하면서 경기 부양책 효과도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도 유럽 주식에 주목했다. 이들은 백신 접종률에 힙입어 유럽 경제 회복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12개월래 목표 주가를 감안할 때 현재 주가 대비 최소 30%이상 주가가 뛸 유럽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영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정유사 BP와 저비용 항공사 이지젯, 프랑스 증시의 대형 정유사 토탈, 스페인 증시의 종합 인프라스트럭처 업체 에이씨에스, 네덜란드 증시에 상장된 프랑스계 상업용 부동산 회사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스와치 그룹 등이 꼽혔다. 영국 내 이용 가능한 객실당 매출(RevPAR)과 프랑스와 스페인 일대 고속도로 이용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수준을 최근 넘어서는 등 유럽 내 내수 수요 증가세가 눈에 띈다는 것이 매수 권고의 근거다.
다만 최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19개국)에서도 테이퍼링 가능성이 거론된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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