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대책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주민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전경. [매경DB] |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내 도심복합사업 A후보지에서는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지 않은 채 동의서 징구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지정 제안 동의서' 양식에는 토지 등 소유자 신분증명서 제출이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동의서만 작성해 제출해도 된다고 안내되고 있다. 예정지구 지정 등 행정행위가 나오면 보완하겠다는 식이다. 서울 내 B후보지에서도 다른 사람이 대리해 동의 서명을 받아 가도, 전화 등으로 본인 의사 확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후보지가 있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내세우는 '속도전'에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심복합사업 후보지가 있는 B지역 재개발 담당자는 "법은 9월 말 시행 예정인데, 국토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동의율을 체크하고 있다"며 "법 시행이 안 됐다고 안 받기도 그렇고, 받으려 하면 대표성이 없어 소유주가 신분증을 못 내 준다 하면 할 말이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이 시행도 안 돼 지자체는 권한이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참고할 지역 동향 정도를 만든다는 것을 목표로 동의서 징구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동의율 지표가 정부의 예정지구 지정 등 행정 행위에 참고 자료가 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6차례에 걸쳐 발표한 후보지 56곳 중 31곳이 주민 동의 10%를 넘겼고, 그중 11곳은 3분의 2 이상의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업 속도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도심주택총괄과 관계자는 "동의서에서 신분증 제출은 꼭 필요한 요소이고, 미비된 후보지에 대해서는 신분증 제출 등을 의무화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했다.
찬성과 반대 동의서의 효력 인정 시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반대 동의서는 예정지구 지정이 이뤄진 뒤 받은 것만 인정된다. 그마저도 예정지구 지정 이후 6개월이 지나야 사업 철회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신길4구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등 9곳, 1만6000가구에 달하는 후보지가 주민들의 동의를 모아 사업 철회를 요청했는데, 현재까지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고 예정지구 지정 이후 반대 동의서를 다시 받아야 한다. 반면 찬성 동의서는 후보지 단계에서부터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현재는 통일된 반대 동의서 양식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지구 지정 때 반대 동의서 양식도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찬성 동의서의 효력
소유주들의 의사 철회도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찬성 동의서는 예정지구 지정 이후 한 달 이내에 번복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