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픽사베이] |
A씨는 평소 딸이 문자 보내는 말투나 이모티콘 등이 비슷해 별 의심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이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 딸은 "나 환불받을 게 있는데 휴대폰이 고장나서 환불 못받고 있어. 신분증 사진이랑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려줘"라고 문자를 보냈다.
A씨는 딸이 시키는대로 다 했다. 이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드론 5500만원, 은행대출 500만원이 신청이 됐다. 딸을 사칭한 사기꾼이 A씨의 휴대전화를 원격 조정해 비대면 대출을 받은 것이다.
최근 검찰이나 주요 금융기관을 사칭한 피싱 대신 아들, 딸을 내세운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친자식인 줄 알고 속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피싱 사기 피해가 두드러졌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은 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4% 감소했다. 검찰 등 기관 사칭, 대출빙자형 피싱 사기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금감원 측은 밝혔다.
하지만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4% 급증했다. 전체 피싱사기 피해액 중에서는 55.1%를 차지했다.
메신저피싱이란 사기범이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 등 SNS으로 접근한 뒤 탈취한 신분증과 금융거래정보 등을 통해 예금 이체, 비대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편취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신저피싱 사기범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접근한 뒤 금융거래 정보를 얻는다"며 "이후 피해자 모르게 핸드폰 개통과 비대면 계좌 개설한 뒤 수백, 수천만원의 자금을 편취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신저피싱은 대부분 자녀를 사칭해 접근하다보니 올해 상반기 발생한 메신저피싱 피해액 중 93.9%가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50대가 5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60대(36%), 70대이상(5.4%)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신저피싱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아빠 또는 엄마에게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며 접근하는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한다"며 "최근에는 '백신예약 및 금감원에 계좌등록 등을 빙자하는 문자가 대량 발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기범은 주로 피해자에게 가족 등 지인을 사칭하며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토록 한 후 신분증(촬영본) 및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다.
이어 원격조종앱 및 전화가로채기앱 등 악성앱을 설치토록 해 피해자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인증번호 및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 등을 빼돌린다. 사기범은 이렇게 빼돌린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대포폰을 개통하거나 금융거래를 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범은 탈취한 정보로 피해자의 예금계좌 잔액을 직접 이체할 뿐 아니라 저축성 예금·보험을 해지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까지 받기도 한다"며 "A씨처럼 거액의 대출까지 떠안게 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메신저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요령으로 모르는 전화번호 및 카카오톡 등으로 문자를 보내 신분증 및 금융거래정보 등을 요구한다면 메신저피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문자로 회신하기 전 반드시 전화통화 등으로 아들 또는 딸이 보낸 메시지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면 즉시 해당 금융회사 콜센터, 경찰청 또는 금감원에 계좌 지급 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또 신청 후 경찰서(사이버 수사대)에서
금감원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휴대전화로 신분증 및 계좌번화와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며 "원격조정앱의 URL을 절대로 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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