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제 삼성전자 산다, 오를 일만 남았다" 5백만 개미주주 웃을까

↑ [이충우 기자]

올 한해 내내 지겹도록 삼성전자를 팔아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조금씩 삼성전자를 되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 우려는 여전하지만 급락한 주가 탓에 저가 매력이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지나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면서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귀환 행렬에 무게가 실리고 주가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연초부터 20조원 판 외국인, 갑자기 순매수 전환…주가도 바닥 찍었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 삼성전자를 184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 3600억원, 이달 1일 633억원, 2일 653억원에 이어 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4거래일 이상 삼성전자를 연속 순매수한 것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이후 석달여 만에 처음이다. 7월 이후 이날까지 46거래일 중 단 9거래일만 순매수했는데 이 중에 4일이 최근 거래일이었던 것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도 적지 않다. 최근 4거래일 동안의 삼성전자 외국인 순매수액은 6729억원다. 이는 카카오뱅크(7208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순매수 전환 직전인 지난달 30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20조4403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압도적인 순매도 1위 종목다. 2위 삼성전자우(4조2140억원), 3위 SK하이닉스(2조8849억원), 4위 현대모비스(2조3202억원), 5위 LG전자(1조3255억원) 등과는 숫자 단위가 다르다. 연초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총 29조9446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는데 이 중 20조4000억원 정도가 삼성전자 주식이었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가도 바닥을 찍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일 장중 8만3300원에서 지난 20일 장중 7만2500원까지 불과 보름여 만에 13.0%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7만6600원으로, 낙폭의 절반 정도를 회복했다.

↑ [김호영 기자]

"과도한 주가 하락 만회 중"...반도체 경기 낙관론도

최근 반도체 시장의 환경이 특별히 바뀐 부분은 없다. 4분기 반도체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아직 견고하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 통계에서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3000만달러(한화 약 13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 증가했다. 4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웃돌았는데 특히 지난달 수출액은 올해 들어 최대치였다.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시장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지난달 31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자료에서도 8월 PC용 D램, 서버용 D램, 낸드 범용제품 모두 지난달과 변화가 없었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오지만 시장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시장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업황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반도체 수출 데이터가 피크아웃하지 않고, 견조한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국 반도체 업종 혹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사이클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한결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을 단기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4분기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8만원선 초반이던 주가가 7만원선 초반까지 빠지자 밸류에이션 매력을 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귀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현재 주가는 최악의 가정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 과도한 주가 하락을 만회하는 주가 반등을, 이후 전방 주문 확대 구간에서 주가 랠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