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다주택자 김 모씨는 미분양 아파트 아산줌파크 한 채를 계약했다. 지난 4월에 청약을 접수한 이곳은 총 763가구 규모인데 절반가량이 미달이 났다. 아산시, 충남 거주자 등이 외면한 이 아파트는 김씨와 같은 수도권과 다른 지역 외지 투자자들이 쓸어담았다. 건설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보통 분양권 투자자들은 다른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해서 중도금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 추가로 중도금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분양권 투자가 어렵다. 그런데 이곳은 건설사 보증으로 기존 중도금대출을 안고 있어도 상관없고, 다주택자도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산은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2년 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 중과가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은 장점으로 봤다. 그 결과 이곳은 3~4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전용면적 84㎡ 로열동·로열층은 호가 프리미엄(시세차익)이 3000만원까지도 나와 있다. 김씨는 "요즘은 각종 규제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건설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한 채 계약했다"고 했다.
통상 미분양은 건설사들이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대출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등 파격 혜택을 내건다. 또한 청약통장을 쓸 필요가 없고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각종 대출 규제로 투자할 기회가 차단되자 비규제 혜택이 적용되는 미분양 물건에 투자 수요가 쏠리는 것이다. 아산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거의 다 팔린 것으로 안다. 외지인들이 싹쓸이하니까 요즘 다시 현지인들이 찾는다"면서 "소액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예전처럼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점도 '미분양 아파트' 몸값을 높이고 있다. 아산 줌파크를 매수한 이 모씨는 "요즘은 미분양도 잘 안 나와서 나왔을 때 잡으려고 한다"면서 "계약금 10%(약 3000만원)만 내고 신축 아파트를 살 기회가 흔치 않다"고 했다.
실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1만5198가구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집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열기가 과열된 데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과 공급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로 미분양 주택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