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매각 안갯속 ◆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닦고 있다. [이충우 기자] |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와의 분쟁 해결 이후 경영권 재매각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이 홍 회장과 그의 부인 이운경 고문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의 임의처분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까닭에 당분간 매각은 불가할 전망이다. 이는 법정 공방이 마무리될 때까지 남양유업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인 홍 회장 일가의 가족경영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일 홍 회장은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주식매매계약 상대방인 한앤코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거래 종결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매각 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홍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되었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꾸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계약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 한앤코의 △부당한 사전 경영 간섭 △비밀유지의무 위반 △신뢰 훼손 등을 계약 해제 원인으로 꼽았다. 귀책 사유가 한앤코에 있다는 주장이다.
홍 회장이 '사전 합의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홍 회장이 구두로 한앤코에 요청한 사항으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계약서에는 활자로 담기지 않은 내용들이다.
홍 회장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홍 회장과 한앤코 양측 모두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내 지위 보장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사업부 분할 △경영권 프리미엄 보장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 발표 뒤 주가가 오른 것도 홍 회장의 변심을 부추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 SPA를 체결한 5월 12일의 주가는 주당 36만원 선이었으나, 지분 매각 발표 후 폭등해 70만원에 이르렀고 7월 1일에는 81만3000원을 찍었다. 이 가격은 한앤컴퍼니가 사기로 한 주당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홍 회장으로서는 '너무 싸게 팔았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앤코 역시 홍 회장이 가격 부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날 한앤코가 낸 반박문에는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고 한 바 있다"고 썼다. 홍 회장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한앤코가 거절했다는 의미다. 이어 한앤코는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주장한 '사전 합의 사항'이 SPA 체결 이전이 아닌, 계약 종료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8월에야 뒤늦게 제시된 '무리한 요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한앤코의 주장이 '팩트'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 회장이 백미당 사업부 분할 등을 SPA 체결 이전에 요청했다면, 계약서에 그처럼 중요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법적 공방으로 치닫게 되면서 남양유업 지분 매각은 당분간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의 회장직 유지도 길
[김효혜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