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대한 리콜 대상이 확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LG화학을 각각 8354억원, 110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LG화학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는 동안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각각 2041억원, 5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런 상반된 흐름 속에 LG화학은 시가총액 7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31일 2차전지 대장주 자리를 삼성SDI에 내줬다.
엔씨소프트도 비슷하다.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블소2)' 출시일인 지난 8월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029억원, 293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크래프톤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59억원, 232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서 올 7월 초에는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 출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매도가 이어졌다. 악재에 대한 반대 수혜 못지않게 호재에 따른 역효과도 크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처럼 동일 업종 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타나는 데는 공매도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 공매도를 활용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15% 급락했던 지난달 26일 공매도 잔액(2097억원)은 직전 일(1107억원)의 2배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또한 국내외 각종 지수 변경이 잦아지며 편입·편출 종목이 늘었고 업종 대장주에 해당하는 신규 종목 상장이 이어지며 선택 폭이 넓어진 점도 한 이유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말 공지를 통해 시장 규모별(대·중·소) 주가지수 정기변경을 기존 연 1회(3월)에서 연 2회(3월·9월)로 확대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대·중·소 주가지수는 주요 연기금과 운용사의 커버리지 대상으로 활용된다"며 "지수 정기 변경은 편입·편출 종목에 대한 교체 매매를 유발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5월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6월 11일 주가가 10%가량 급등했는데 당시 한 자산운용사가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해당 종목을 담기 위해 장 마감 동시 호가 때 대규모로 매수했다. 같은 날 편출 종목인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는 6% 정도 하락했다. 업종 지수에 이어 업종 ETF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공매도를 위한 적극적 이유에서든, 지수나 ETF의 종목 편입·편출을 위한 소극적 이유에서든 동시에 한 종목은 사고 다른 종목은 파는 롱숏거래가 잦아지고 강도도 세진 셈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단순 일회성 충당금 반영을 넘어 몇 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섣부른 저가 매수 기회로 삼기보다는 향후 경쟁력 지속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113만원이나 최근 증권사의 목표가는 100만원 전후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목표가 하향이 이어지며 70만원을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블소2에 대한 국내 기대치가 미달되면서 신작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며 "리니지W 글로벌이 예상을 초과하는 빅히트를 보이며 블소2 한국 부진의 공백을 메워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