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명단 올랐던 금융 CEO 10명, 족쇄 풀릴 듯

◆ 'DLF 징계불복' 우리은행 승소 ◆

법원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내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취소한다는 1심 판결을 내리면서 금융감독원이 이와 비슷한 근거로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린 제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을 비롯해 은행, 증권사 CEO 10명이 현재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융감독원에서 징계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DLF와 사모펀드인 라임펀드 등을 불완전 판매했고, 그 배경에는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 통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지 않은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 주장이다.
반면 금융회사 CEO들은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 회장의 판결이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다른 금융사 CEO들의 징계 처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DLF 관련 징계건으로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만간 공판 절차가 마무리되고 연내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CEO들도 금감원으로부터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제재심의위를 열고 CEO들의 징계를 결정했지만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에서 징계안을 정식으로 의결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시기를 미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이 패소하면서 향후 중징계가 확정된 사모펀드 판매사 CEO들도 금융위를 상대로 대거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금융위가 최종 의결에서 CEO들의 징계 수위를 경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판결에 항소하면 나머지 금융 CEO들의 징계안 의결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감원이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 금융권 전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