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F 징계불복' 우리은행 승소 ◆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향후 연임은 물론 금융권 취업 제한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결과는 손 회장처럼 내부 통제 부실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27일 손 회장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감원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네 가지 사유는 △사모펀드 출시 과정에서 상품 선정 절차 생략 기준 미비 △사모펀드 판매 이후 내부 통제 기준 미비 △적합성 보고서 작성 시스템 미비 △사모펀드 관련 내부 통제 업무에 대한 점검체계 마련 의무 위반 등이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한 가지 제재 사유인 상품선정위원회 회의 결과 통지·보고 등에 관한 기준 미비에 대해선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 사유 한도에서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경영진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24조에 명시된 내부 통제 규정을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보고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재판부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금융기관에 기준이 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 소송은 내부 통제에 관한 내부 규정에 흠결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피고가 법리를 오해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철저한 내부 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앞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부분이 없는지 여러 가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문일호 기자 / 홍혜진 기자]
법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 들어줘
법원, 투자상품 선정절차 등
핵심 쟁점 5개중 4개 불인정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로 징계"
"감독당국, 사후 책임추궁 위해
내부통제 규범 이용하는 건
법치행정의 근간 흔드는 것"
손회장측 "금융발전 계기 돼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논의된 5대 쟁점을 분석해보면 금융사와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있어 '실효성' 개념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내용이 핵심적인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법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금융회사 등을 제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7일 판결에서 금감원이 제재 사유로 제시한 5가지 항목 중 4가지에 대해 무효로 선언하고 1가지에 대해서만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무효로 선언된 제재 사유는 △사모펀드 출시 과정에서 상품선정위원회 등 상품 선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음 △사모펀드 판매 이후 위험관리 업무와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규정, 수행할 조직에 대한 업무범위 및 절차 등에 관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음 △적합성보고서 관련 상품의 위험 정도와 무관하게 상품 권유 사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음 △사모펀드 관련 내부통제 업무에 대해 점검체계 마련 의무 위반 등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금융사 지배구조법과 이 법의 시행령을 들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 1항은 금융회사가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에 방점을 찍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출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을 갖추고 있었다고 해도, 통제 기준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할 5가지 핵심 조건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지배구조법이 규정한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회장 측은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금감원이 결여됐다고 주장하는 필수적인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며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행 법률만을 갖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마련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기에 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감독당국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사후적으로 묻기 위해 내부통제 규범 마련 의무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한 가지 이유인 상품 선정위원회 회의 결과 통지, 보고, 위원·선정 교체에 관한 기준, 절차,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원고 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해 상품선정위원회의 의결 결과는 상품 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왜곡됐고, 왜곡이 없었더라면 정족수에 미달해 출시되지 못했을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금감원이 징계 근거로 든 지배구조법과 하위 조항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혼
[윤원섭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