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의 설계 변경에 피분양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어도 피분양자의 동의 없이 설계를 바꾼 것이 큰 손해로 이어진 경우 시공사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건축업자들이 설계 변경으로 폭리를 챙겨오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서울고등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홍승면)는 피분양자의 동의 없이 상가 설계를 변경한 A시공사에게 분양대금의 1/10인 1억278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피분양자가 설계변경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분양계약서에 기재돼 있지만 재판부가 시공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서의 내용은) 분양받은 상가의 교환가치나 사용가치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경미한 정도의 시설물 설치나 변경에 대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재산적 가치나 이용 가능성 등에 상당한 피해를 야기하는 설계변경 등에 대해서까지 동의의 의사가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시공사와 피분양자 B씨는 호텔 1층에 위치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등) 상가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당시 설계도면에는 호텔의 통합 오배수배관이 지하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되게 돼 있었으나 A시공사가 신축 과정에서 오배수배관을 1층 상점의 천장을 통과하게 바꿨다. 이에 따라 해당 상가는 인테리어 방식에 제약이 생겼고
김종훈 법무법인 창천 파트너변호사는 "시공사의 설계변경에 대한 피분양자의 동의 조항이 재산가치에 대한 중대한 변경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판단한 것 "이라며 "시공사가 자의적으로 설계변경을 하던 관행에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