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손 골드만삭스의 귀환 ◆
'글로벌 큰손' 골드만삭스가 2조원대의 국내 부동산 투자 계획을 세우고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주로 수백억 원 규모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진행했던 골드만삭스가 조 단위 실탄을 마련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는 '부동산전문실사팀'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신설하고 2년간 2조원대 부동산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경기도 이천시 일대 복합물류센터 용지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65만㎡(약 20만평) 이상 규모의 물류센터 용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가 향후 2조원대 투자 방침을 굳힌 것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부동산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 확대와 전자상거래 확산 붐이 수년간 숨 가쁘게 진행돼온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이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수요를 한층 촉발시킨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의 조 단위 베팅에는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올해 1분기 물류센터를 포함한 프라임 산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3.9%)이 오피스 부동산 투자수익률(4.6%)보다 낮아졌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3%대 수익률에도 물류센터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해외에 설정된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 실물투자펀드가 투자하는 형태로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에 계열사 운용 해외펀드 투자 지원 업무를 부수 업무로 신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중국에서도 유사한 투자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는 연간 1000억~1500억엔 규모의 일본 부동산 투자 규모를 2500억엔으로 두 배가량 늘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이달 초 쿤산, 정저우 등을 중심으로 현지 개발업자와 함께 4억8800만달러 규모의 물류센터 투자를 진행했다. 아시아·태평양 전자상거래 시장은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또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붐과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물류센터 투자 배경
팬데믹에 이커머스 최대 수혜
아·태, 매년 23%씩 성장 전망
기대수익률 낮아진 북미서
아시아로 투자영토 확장
국내외 기관들 참여 기대
데이터센터 투자처도 모색 중
급성장 이어가는 韓시장 매력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해 2조원대 실탄을 장전한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가 핵심적으로 겨냥한 목표는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다. 두 분야 모두 상업용 부동산 자산 가운데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기업 디지털 전환의 확대로 구조적 성장세를 누려 왔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의 경우 골드만삭스는 선진국 대비 빠른 성장세를 보일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동북아 3개국인 한국·중국·일본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CBRE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23.4% 성장이 기대되며 미국(13.6%), 유럽(16%)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물류센터 수요에 주목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유통업체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기존 물류센터의 상당수가 작고 노후화된 데다 신선식품 시장 급성장으로 콜드체인, 풀필먼트 서비스 등 현대적인 물류센터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북미·유럽에서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의 기대수익률이 한풀 꺾인 점도 골드만삭스가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미 골드만삭스는 일본과 중국에서 올해 물류센터 투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일본 내 부동산 투자 규모를 2500억엔으로 두 배가량 늘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의 투자 확대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일본 골드만삭스증권 자기자본투자 부문(PIA)과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 부동산 부문을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중국에서도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선진적인 정보기술(IT)·모바일 환경과 배달음식·신선식품 배송 문화 확대가 물류센터 성장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소매판매 중 전자상거래 비중은 36.2%로 전 세계 평균치보다 높다. 연간 전자상거래 매출액도 2018년 114조원, 2019년 135조원, 지난해 158조원으로 매년 10% 중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은 20년 이상 노후화된 물류창고 비중이 40%로, 일본(90%) 다음으로 높은 점도 향후 물류센터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코로나19 이전부터 물류센터 투자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에 신규 물류센터 투자에 대한 수익률 저하 우려도 나온다. 물류센터의 경우 투자수익률 지표로 부동산 매입가 대비 순임대소득 비율을 뜻하는 '캡레이트(Cap Rate·자본환원율)'가 사용되는데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의 캡레이트는 4%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수도권 물류센터의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지만, 물류센터 투자 전문가들은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물류센터 시장에 정통한 한 리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도권 물류센터 캡레이트가 3% 후반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오피스 부동산 대비 캡레이트는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유럽에서 물류센터 캡레이트가 오피스보다 아래로 내려간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수도권 물류센터는 우량한 임차인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수익성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펀드 출자를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규모를 줄여 가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40억달러가 넘는 지분투자 건을 매각하거나 매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년 대비 자기자본 지출을 20억달러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IB) 업계는 골드만삭스가 국내 부동산 대규모 투자와 발맞춰 국내외 유한책임투자자(LP)들을 대상으로 펀드레이징 작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은 올해 초 공개한 주주서한을 통해 "향후 5년간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다양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에게 펀드 출자 제안(오퍼링)을 통해 총 1500억달러 규모로 펀드레이징(출자 약정)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물류센터 외에 골드만삭스가 주력할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부동산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대대적인 클라우드 전환과 더불어 '하이퍼스케일'로 불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확산이 구조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테크바이오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은 2018년부터 연평균 19%대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으며, 2023년께에는 시장 규모가 4370억달러(약 5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 존재하는 전체 데이터센터는 2019년 기준 158곳으로, 2025년까지 32곳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연평균 16%대 성장 속도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설립했고,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 같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츠들도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의 경쟁사인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 리츠 QTS 리얼티를 주당 78달러 부채 포함 100억달러에 인수한 뒤 비상장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2018년 TPG 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TSSP) 등과 아태지역 최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기업 호주 에이트렁크의 지분·선순위채권에 투자한 뒤 작년 4월 22억5000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