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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18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경고음을 울리면서 은행권이 먼저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 당장 이날부터 오는 11월말까지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기조에 따른 것으로 시중은행의 신규 주담대 금지는 처음이다.
농협은행의 신규 주담대 취급 중단 소식이 지난주부터 알려지면서 발빠른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은행 대출 창구를 방문해 직원과 상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리은행도 3분기(7~9월) 한도 승인 건수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9월말까지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이같은 방침은 지난주부터 각 지점에 전달됐다.
하나은행은 주택 대출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신규 중단 등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한도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속속 대출 중단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없지 않는 만큼 당장 자금이 필요한 가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시중은행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분위기는 대출 관련 카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1500만원, 1000만원, 500만원 급전이 필요하다는 문의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왜 이제와서 대출을 조이냐"며 원망 섞인 글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저신용·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이런 대출 조이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과의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하로 관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신용대출 한도는 연 소득의 1.5~2배 수준인데, 이를 연 소득 이하로 줄이라는 주문이다.
이같은 취지의 주문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 요청을 받았고 조만간 회원사에 전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은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5~6%에 그쳐야 하고 저축은행은 21% 이내로 맞춰야 한다.
2금융권에서도 급전을 조달하지 못하면 저신용·서민들은 통상 사채를 쓸 수 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사채시장 규모를 40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사채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련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한 대부업체들이 음성화하는 추세이고 대출 승인율도 10% 안팎이다.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 대출 관리에 들어가면서 저신용·서민들의 급전 마련 통로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자금대출도 있지만 그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데다 대출 조건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급전 수요를 대응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도 하기 전에 가계부채와 전쟁을 선포했다. 고 후보자는 지난 17일 금융위원회 담당 국과장들과 가계부채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관행을 하루 빨리 안착시켜야 한다"며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수준이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일부 상환을 받고 연장하는 식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지만 앞으로 상환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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