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부리레터] 석 달 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습니다.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자친구는 GTX-A 호재가 있는 파주 운정 신축 아파트를 원하는 반면, 이씨는 차라리 서울 역세권 내 구축 나 홀로 아파트가 끌리기 때문입니다. 두 곳 모두 시세는 9억원 후반대로, 파주 아파트는 신축에 32평형(전용 84㎡)이고, 서울 아파트는 서대문구 25평형(전용 59㎡)에 나 홀로 구축입니다.
"앞으로 GTX가 개통되면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여자친구 주장인데, 같은 가격이면 그래도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GTX 파급력이 진짜 계속 유지될까요? 아니면 거품일까요? GTX가 경기도 외곽의 부동산 가치를 서울만큼 끌어올리는 혁명이 될지 궁금합니다."
이번 부동산 상승장은 GTX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동탄, 파주, 일산, 양주, 인덕원 등 두 배 이상씩 상승한 곳에는 대부분 GTX 호재가 작용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수도권 외곽 중에서도 가격이 눌려 있던 파주 운정신도시 '국평'(국민 평형, 32평형,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9억원을 넘고 '10억 클럽'을 앞두고 있어 GTX 호재를 따라 GTX 역 주변 집값이 나란히 키를 맞추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GTX만 붙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람들은 "GTX는 서울 중심의 부동산 서열을 뒤바꿀 혁명"이라며 GTX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GTX는 서울 입지 가치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며 GTX 호재로 인한 효과는 거품"이라고도 반박합니다.
GTX(Great Train Express) 즉,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수도권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입니다. GTX는 수도권 내 주요 거점을 빠른 속도로 도달할 수 있게 합니다. 수도권 철도 속도는 대개 시속 39.5㎞지만 GTX는 최대 시속 200㎞로 달립니다.
A·B·C·D 네 가지 노선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가장 빨리 준공될 노선은 A노선입니다. A노선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합니다. 파주 운정을 시작으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서울역을 거쳐 삼성, 수서, 성남, 용인(구성), 동탄까지 운행됩니다. A노선이 개통되면 일산부터 삼성역까지 17분,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19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됩니다.
B노선은 수도권 전역을 가로로 잇는 노선으로 착공은 2022년 말, 개통은 2027년 말로 예정돼 있습니다. 총 80.1㎞로 개통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7분(현재 87분) 소요됩니다. C노선은 수도권을 세로로 이어주는 노선입니다. 양주 덕정부터 의정부, 창동, 광운대, 청량리를 거쳐 삼성, 양재, 과천, 금정, 수원까지 이어집니다. C노선은 내년 말 착공할 예정이며 준공은 착공 후 5년 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B노선과 C노선은 아직 삽을 뜨기도 전이어서 준공을 예측하기 이르지만, A노선은 이미 2019년 6월에 착공했습니다. 현재 삼성~운정 구간 공정률이 32%로 업계에서는 2024년 6월 이후에는 개통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GTX-A가 개통되면 차로는 1시간 이상, 대중교통으로는 2시간씩 걸릴 수도 있는 거리가 GTX를 통해 서울 중심 업무지구까지 20~30분 안에 도달 가능하게 됩니다. 교통 혁명에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서울 중심 업무지구에서 먼 수도권 외곽일수록 GTX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파주입니다. 서울과 거리가 멀고 자족 기능이 떨어져 인기가 없던 지역이지만 GTX 효과로 인기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남양주 평내호평과 마석, 의정부도 GTX 효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GTX라는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로 인해 수도권 외곽이 서울 중심과 단숨에 연결되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입지 가치가 올라간다"면서 "교통계획 발표 시점, 착공 시점, 준공 시점 등 총 3단계에 걸쳐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고 원장은 "통상 교통호재는 해당 입지의 부동산 가격을 10~15%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상승장과 맞물려 30% 이상 뛰어 많이 오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GTX 거품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GTX가 교통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맞지만, GTX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단숨에 2~3배씩 오르는 것은 '거품'이라는 주장입니다. 준공 후 '요금'이 결정되고서 GTX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GTX가 개통되더라도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면 사람들이 이용을 꺼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GTX는 평균 시속 100㎞가 넘는 기차입니다. 일반 도시철도보다 요금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킨텍스에서 서울역(26.3㎞)까지 운임은 3500원입니다. 비슷한 노선의 M버스 운임(2400원)과 비교하면 1100원가량 높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파주~삼성역은 약 3931원입니다. 현재 기준 파주~삼성이 3900원이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개통 시에는 그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개통 시에는 파주~삼성 기준 4000~5000원대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부의 인문학'(우석 지음) 저자는 GTX 효과에 대해 "운송 비용이 비싸다면 GTX 파급력엔 한계가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는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KTX나 SRT와 비슷하게 요금이 8000원으로 나온다면 어떨까"라며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편도 8000원이면 왕복 16000원이고 20일간 출근하면 한 달에 교통비 32만원을 낸다. 맞벌이 부부라면 한 달에 64만원을 교통비로 사용하게 된다. 이 돈이면 보증금을 더해서 서울 아파트에 월세로 살 수도 있다. 8000원 이상이면 GTX 효과가 약화된다."
정부는 GTX 운임에 대해 광역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서민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GTX가 민간투자사업이기 때문에 적자를 면하기 위해 요금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GTX-A·C 노선은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소유권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고 운영권은 일정 기간 민간이 갖는 방식입니다. 사업자는 GTX 운영을 통해 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GTX 운임이 비싸다고 하지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매일 지옥철에서 1시간씩 시달려본 사람들이라면, GTX는 혁명과도 같습니다."(직장인 이 모씨)
"실제로 환승이 되지 않고 요금이 비싸다면 이용객들이 외면할 거예요. GTX가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마법'이 될지, 거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직장인 박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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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