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한 20일 서울 광진구의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중개수수료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
20일 부동산중개사 업계는 최근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앞세운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다윈중개는 지난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고발당했고,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이 온라인으로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는 서비스 진출을 발표하면서 공인중개사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다윈중개는 집을 사는 사람에게 법정 중개수수료율의 절반 수수료를 받고, 매도자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협회 측은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다윈중개가 중개 법인처럼 영업·광고하고 있어 공인중개사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고발을 당한 이 업체는 앞서 두 번 고발에서 모두 불기소 또는 기각 처분을 받았다.
직방은 지난 6월 중개 자회사를 통해 비대면(온라인)으로 부동산 정보 조회·매매·계약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중개사와 50%씩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는 "직방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직접 중개'에 뛰어드는 것으로, 공인중개사들에게서 획득한 매물 정보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으로 중개 시장에 진출하면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협회는 직방의 '골목상권 침해' 행태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 상황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스타트업과 기존 특정 업계 이익이 충돌하는 '타다'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온라인 기반 부동산 중개 업체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이 영세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동산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VR) 매물 보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개수수료를 내려서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개선과 디지털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준비하지 않은 중개 업계의 안이한 대응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수수료도 덩달아 올랐는데, 중개 업계는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선제적으로 당했다고 볼 수 있다"며 "서비스의 질적 개선, 디지털화 등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편 국토교통부는 기존 오프라인 중개 업계와 프롭테크 업계 간 협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중개사 합격 인원을 조정하기 위해 시험 난도를 조절하거나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