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미만 주택의 최대 중개보수가 현행 0.5%면 460만원, 개선안에 따라 0.4%면 360만원이 되니 중개사가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에서 받는 비용은 최대 180만원 줄어들 상황이다. 결국 이 180만원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6월까지 안을 내놓겠다고 국토교통부가 2월에 밝혔는데, 이는 중개사협회나 유관단체와 전혀 조율하지 않았던 발표였다"며 "공언한 시기를 지키지 못하다 보니 국토부도 압박감을 느껴 8월까지는 안을 내놓으려고 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안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중개보수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으나 국토부는 애초 6월에서 7월로, 또 이달로 개편안 발표를 미루며 6개월 넘게 논의를 끌고 있다. 정부와 공인중개사 업계,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가장 이견이 첨예한 부분은 9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의 중개보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TF에서 가격 구간을 없애고 매매가의 0.4%를 중개보수로 정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주택 매매 시 중개보수는 5개 가격 구간마다 다른 상한 요율이 적용된다. △5000만원 미만은 매매가의 0.6%(25만원 이내) △5000만∼2억원 미만 0.5%(80만원 이내) △2억∼6억원 미만 0.4% △6억∼9억원 미만 0.5% △9억원 이상 0.9% 이내에서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해 중개보수를 정한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중저가 주택의 중개보수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뜩이나 거래가 급감해 힘든데 서울·경기같이 집값이 치솟은 수도권만 생각해 9억원 미만의 중개보수료율을 내릴 수는 없다"며 "다만 고가 주택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에는 협회에서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거래 시 중개보수 부담을 낮추는 데는 TF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TF에서 유력하게 검토되는 권익위 권고안은 12억원이 넘는 주택 매매 시 12억원 초과분은 일정 범위(0.5∼0.9%)에서 협의해 중개보수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15억원짜리 아파트 매매 시 현재 중개보수는 최고 1350만원이지만 권고안을 적용하면 840만∼960만원으로 390만∼510만원가량 줄어든다. 다만 고가 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할지, 15억원으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수고비를 주는 방안은 최종안에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권익위는 수고비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업계 모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종안을 결정하기 전 이르면 다음주 토론회를 개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겸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일정은 유동적이다. TF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 만큼 공개적인 토론회 없이 제도를 결정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 일정을 조정하든 온라인으로 개최하든 대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국토부가 최종 결정하는 방안도 실제는 '권고안'이다. 실제로 적용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결정한다고 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지자체 의회 통과까지 시
한편 중개수수료 개편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질적 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는 중개문화와 경쟁 체제 도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국가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주고,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나게 하면 중개업계 담합이 사라지고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