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반도체 경기 긴급점검 ◆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1·2위 종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2일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올해 들어 최대 규모로 주식을 던진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이를 대부분 받아내며 버텼지만 역부족이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에 비해 각각 1.91%, 4.74% 내린 7만7000원과 10만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반도체 투톱 주를 전날보다 더 많은 물량을 팔았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두 종목에 대해 사흘간 무려 4조9000억원(삼성전자 3조1130억원·SK하이닉스 1조7745억원)을 매도해 낙폭을 키웠다.
9일(현지시간) 외국계 증권사 CLSA가 반도체 업황의 하락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두 기업 목표가를 크게 내린 게 주가 급락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투매한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10개월 만에 1160원대로 떨어졌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4.8원 내린 1161.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시장과 반도체 매도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면서 "매도가 지속될 수 있으나 속도는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혜순 기자 / 강봉진 기자]
해외서 커지는 비관론
대만 시장조사업체 전망한
PC용 D램 하락이 '방아쇠'
서버업체 가격인하 압력설도
"과장된 공포" 신중론
PC용 D램, 비중 10% 수준
업계 "급락 가능성은 낮아
서버업체 협상력 과대평가"
최근 일부 메모리 반도체의 현물가격이 하락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호황세가 정점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증권시장은 마치 방아쇠가 당겨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출렁였다.
상반기 메모리 호황을 불러온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퍼스널컴퓨터(PC)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다소 둔화되면서 완성품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며 일부 시장조사기관과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 후퇴에 대한 공포심이 과도하게 확산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전 분기에 비해 최대 5%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3분기까지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PC 제조업체들의 D램 재고 수준이 높아지는 등 D램 시장이 점차 초과 공급 상태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서 PC나 노트북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 외에도 최근 증권가 등에선 메모리 고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도 반도체 사이클 하강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IT 수요와 데이터센터들의 재고 축적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했다"면서 "그러나 PC와 스마트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자기기 완성품 생산이 차질을 겪으며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급 대규모 서버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가격 하락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러한 전망이 일부 제품군 사례에 기인한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애플이나 아마존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는 분기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이때 사용되는 고정거래가격에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매가격에 해당하는 현물가격의 하락만으로 전체 추세를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이미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계약이 상당수 완료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분기 단위를 기준으로 장기 고정거래가격으로 계약을 맺는다"며 "이미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3분기와 4분기 물량에 대한 계약이 상당 부분 끝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하반기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는 물론 졸업과 입학, 크리스마스,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많이 남아 있다"며 "완성품 업체들이 이미 본격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시작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 등이 하락을 예상한 PC용 D램 역시 전체 D램 시장에서의 비중은 10%대에 불과해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체에서 경향성 예측의 근거로 삼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용 D램은 모바일·서버용 D램 제품에 비해 저사양 제품에 해당된다"면서 "고사양·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국내 업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서버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업체는 주문 물량이 많기 때문에 일부 협상력이 있지만 보통 시장가격에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반기 서버업체들의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서버는 백신 보급 확대와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신규 CPU 채용이 확대되며 고용량화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재고 증가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