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핵심 전세 아파트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세 물량 급감' 주범으로 꼽힌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백지화된 이후 전세 물량이 급증하자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5일 부동산빅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세 물량은 257가구로 집계됐다. 국회에서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폐지된 지난달 12일 72가구 대비 3주 동안 물량이 세 배 넘게 늘었다.
은마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폐지 일주일 만인 20일 전세 물량이 163가구까지 늘었다. 일주일 만에 전세 물량이 두 배 넘게 늘어난 데 이어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세 물량이 급증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직후인 1년 전(2020년 8월 5일) 물량 5가구와 비교하면 50배 넘게 증가했다.
전세 가격도 하락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7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실거주 의무 규제가 폐지되기 전인 지난 4월 8억~9억원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새 최대 2억원가량 보증금이 줄었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2년 실거주 의무 규제 폐지 후 물량이 증가했다"며 "전세로 은마아파트에 들어오려면 전세 물량이 늘어 선택 폭이 넓어진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전세 매물 가격대가 다양하다는 점도 수요자에게는 긍정적이다. 이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 생각으로 인테리어 등을 새집처럼 꾸민 전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지만 급매 여부 등에 따라 호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년 실거주 의무 규제 폐지가 서울 전세시장에 전반적인 안정세를 가져다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마아파트처럼 집주인들이 재건축이 임박하다고 판단되는 단지들에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표적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양천구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가 급하다고 판단하지 않아 전세 물량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 "임대차 3법을 손보지 않고서는 전세시장 안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