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연 3%대의 배당에 붙는 배당소득세(15.4%)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투자중개형 ISA를 만들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따라 주식 매매차익의 비과세가 가능해진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식 직접 투자가 가능하고 절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중개형 ISA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투자중개형 ISA에 가입한 50만계좌의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객들은 삼성전자, 카카오, 현대차 등 우량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투자중개형 ISA 계좌를 보유한 이들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고객 2만2380명이 636억3000만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투자중개형 ISA 잔액이 411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 이상을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카카오(255억원), 삼성전자 우선주(242억원), HMM(144억원), 네이버(96억원) 등도 투자 비중이 높았다.
또한 연 3%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이른바 고배당 우량주와 펀드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KT&G는 85억원, 맥쿼리인프라 펀드에는 79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순자산 3조원 이상으로 대표적인 대형 펀드로 꼽히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 펀드 등도 함께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소득세 면제와 간접 상품 투자 시 발생하는 손익 통산 혜택 등 절세를 활용하고자 하는 '스마트 개미'들의 가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은 투자중개형 ISA를 빠르게 개설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투자중개형 ISA 가입자 중 20·30대 비중이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탁형은 20·30대가 약 30%, 일임형은 26%로 이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투자층이 젊어지다 보니 투자중개형 ISA 계좌 가입 역시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투자중개형 ISA의 온라인 가입 비중은 99.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올해는 국내 상장 주식에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ISA가 출시됐다. 투자중개형 ISA는 납입 한도가 연 2000만원이며, 계좌당 최대 1억원의 한도를 갖고 있다. ISA 계좌는 1인당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하다. 기존 일임형 ISA나 신탁형 ISA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해지해야만 투자중개형 ISA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에서 투자중개형 ISA를 개설한 고객은 국내 주식과 ETF에도 약 75%를 투자하고 있다. 예수금 형태로 보유하거나 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이 뒤를 이었다. 투자중개형 ISA에서는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증권사 계좌에 1억원 이상을 예탁한 고액 자산가 중 투자중개형 ISA 계좌에 가입한 이들 역시 6월 말 7490명에서 지난달 말 1만3873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기존 신탁형 ISA 계좌를 투자중개형 ISA 계좌로 변경하는 방법 등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기존 절세와 손익 통산 혜택은 물론 세제 개편으로 2023년 이후 주식 투자 전면 비과세 매력까지 더해져 만능 절세 계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FM팀은 온라인 프라이빗뱅커(PB) 상담 등 특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600건 이상의 ISA 가입 관련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승호 삼성증권 디지털부문장(부사장)은 "온라인 우수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바로 상담 같은 디지털 특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ISA : 예·적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200만원(서민·농어민형은 400만원 한도)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2016년 3월 신탁형과 일임형 ISA가 도입됐다. 올해 제도 개편으로 국내 상장 주식 등에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ISA가 출시됐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