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마감한 크래프톤의 일반 청약은 7.79대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이 모였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중순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지난달 1일 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공모가 상단을 55만7000원에서 49만8000원으로 낮춘 바 있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크래프톤, 대기업 그룹사와 같은 대어급 발행사들은 사실 주관사들이 생각하는 적정가보다 발행사 눈높이에 맞춰 공모가가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같은 유동성 장세에서는 금융당국 개입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가 서로 다른 증권사에서 청약을 할 수 있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음에도 크래프톤이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복 청약이 불가능해 청약 건수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카카오뱅크는 182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개인 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공모주 수익률도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경쟁률은 상장 당일 개인투자자들이 거둘 수익률과 주가 흐름에도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1~2019년 공모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개인 청약률이 800대1을 초과했을 때 공모주 상장 당일 수익률은 58.9%였다. 이 수치는 청약 경쟁률이 200대1 초과~800대1 이하로 떨어졌을 때 31.2%, 200대1 이하인 경우 9.6% 등으로 점차 감소했다. 상장 후 20거래일, 40거래일이 지난 후에도 청약 경쟁률이 높은 공모주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혔던 진단키트 제조사 SD바이오센서도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가 상단을 8만5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40% 가까이 낮췄으나 높아진 공모주 투자자들의 기준을 만족시킬 만큼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SD바이오센서는 상장일이었던 지난달 16일 공모가(5만2000원) 대비 10%가량 높은 5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6만1000원에 마감했다. 4일 기준 주가는 5만8200원을 기록하며 하락 추세에 있다.
공모주에 더 이상 '따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접근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이 올해 들어 4일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공모주 55개를 분석한 결과 상장 이후 셋째날까지 상한가를 기록한 공모주는 삼성머스트스팩4·5호와 맥스트 등 3개(5.4%)에 불과했다.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지 못한 공모주가 41개(75%)로 대부분이었다. 공모가를 하회한 곳도 8개(14.5%) 있었다.
이 가운데 6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이달 셋째주까지 조 단위 공모주들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는 9일 HK이노엔, 10일 크래프톤, 19일 롯데렌탈 등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 당일 예상한 만큼 투자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가 상승할 때까
[강인선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