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주택가를 바라 보는 시민 모습 [매경DB] |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월세를 매달 내야 하는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 새 임대차보호법 도입 이후 아파트 전세는 줄어든 반면, 월세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월세를 매달 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매물 품귀로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대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반전세·월세 계약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작년 8월~올해 7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7만61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수 월세나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형태의 거래는 6만1403건(34.9%)으로, 전년 동기 전월세 거래가 28.1%였던 것과 비교하면 6.8%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 분류 기준을 보면,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를 말한다. 준(準)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작년 7월 말) 1년 동안은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의 비율이 30%를 넘긴 적이 딱 한 달밖에 없었지만, 법 시행 이후 최근 1년 동안 월세 낀 거래 비울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고루 나타났다. 특히 금천구는 법 시행 전·후 32.5%(22.2%→54.7%) 급등하며 월세 거래가 가장 많이 뛰었다. 이어 강동구가 25.1%에서 41.3%로 16.2%포인트 높아졌고, 마포구가 32.4%에서 43.8%로 11.4%포인트 올라갔다.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 3구도의 경우 강남구가 3.9% 포인트(34.5%→38.4%), 서초구 5.6% 포인트(32.6%→38.2%), 송파구가 5.5% 포인트(30.8%→36.3%)로 모두 월세 낀 거래 비율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강남구 압구정동 S공인 대표는 "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 세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주인들이 많다"면서 "임차인들도 전셋값이 많이 뛴 상황에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은 이른바 '노도강(노원구 2.1%포인트 도봉구 0.8%포인트 강북구 3.3%포인트)' 지역의 월세 낀 거래 비율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노도강'을 포함해 지난다라 기준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 비율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은평구(22.5%→29.2%), 양천구(21.8%→28.9%), 광진구(24.5%→28.0%) 등 총 6곳에 불과했다.
새 임대차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자 월세, 반전세 등의 임대료도 함께 뛰고 있다.
총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36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16건(44.4%,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참조)에 달했다. 임대료 수준은 전용 84㎡ 기준 올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졌다.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박석고개 전용 59.85㎡는 월세 없는 순수 전셋값이 작년 상반기 보증금 4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5억5000만원(9층) 수준으로 올랐다. 반전세 임대료도 지난해 2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만원(2층)에서 올해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원(10층)으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면서 전세난이 심화됐다고 진단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계약 갱신 증가와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규제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올해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도 공급 위축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고 각각 말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세난 해소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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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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