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산본 등 1기 신도시에 이어 서울 아파트 단지에도 리모델링(새단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각종 규제로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 허가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올해 1분기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총 90곳으로, 서울과 경기가 각각 51곳, 39곳이다. 서울은 강남구 청담동 건영(240가구), 대치동 현대1차(120가구),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991가구), 반포동 반포푸르지오(237가구),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 등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리모델링을 택한 단지들이 많다.
비(非) 강남권에선 주로 대규모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1556가구),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2921가구), 양천구 신정동 목동우성2차(1140가구),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2차(2036가구), 이촌동 강촌(1001가구),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5150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에서는 안양시 관양동 한가람신라(1068가구), 광명시 철산동 철산한신(1568가구), 성남시 정자동 느티공무원4단지(1006가구), 야탑동 매화공무원2단지(1185가구), 수원시 정자동 동신1차(1548가구), 안양시 평촌동 초원부영(1743가구), 용인시 풍덕천동 신정8단지현대성우(1239가구)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 증가는 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에 더해 높아진 안전진단 통과 문턱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그동안 재건축 시장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리모델링이 반사이익을 못 받았는데 현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들이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단순 비교로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더 좋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고 사업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을뿐더러 안전진단과 관련한 규제사항도 달라 사업을 추진하기가 상대적을 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축 자체가 주는 가격상승 효과를 크게 받는 서울 강남·용산·여의도 등 고급 주거시장은 리모델링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서울 강북권역이나 지방 등 지역에서는 고급주거 개념이 아니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건설사 수주액 기준 4조2000여억원. 연말까지 8조원을 넘어 지난해보다 6배쯤 늘어나고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리모델링에 대한 개념도 2014년 주택법 개정 전후로 많이 달라졌다. 당시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가구(기존 대비 15%)를 일반에 분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가구수를 증가시킬 수 있고, 수직증축도 가능해졌다, 1990년대 전후 준공한 아파트 주민들도 반겼다.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15층 안팎으로 재건축 연한이 다됐지만, 용적률이 200%가 넘다 보니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된 아파트의 불편함을 참고 버티면서 재건축이 될 날을 기다리기 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편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것도 리모델링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여러 매스컴을 통해 치솟는 아파트값과 맞물려 재건축 규제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거론되고 있다.
재건축은 쉽게 말해 아파트를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뼈대는 남기고, 면적을 늘리거나 층수를 올려서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완전히 허물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새 집을 짓는게 아무래도 편하겠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단 재건축은 준공 이후 30년이 넘어야 한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 주민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민 66.7% 이상 동의만 있으면 진행이 가능해 사업 진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 재건축을 통해 집을 새로 지으려면 노후, 불량 정도를 살피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재건축은 A~E등급 중 최하 수준인 D나 E등급을 받아야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2018년부터 붕괴 위험 같은 '구조 안전성'을 중요하게 보기로 하면서 낮은 등급 받기가 어려워졌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는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단지들도 2018년 이후로는 재건축 사업 '입구 컷'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기롭게 재건축 추진에 나섰지만, 첫 관문에서 막힌 것이다.
이때부터 노후 아파트의 불편함에 지친 이들 사이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리모델링은 연한 기준이 재건축 절반인 15년이다. 안전진단에서도 유지·보수 등급(A~C) 중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도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여기에 기존 주택을 유지한 채로 주택을 새로 짓기 때문에 용적률 확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업계에서도 리모델링 관련 사업 규모 확대를 전망하고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장점에도 리모델링은 일반 재건축보다 공사 난이도는 높은데 일반 분양분을 많이 낼 수 없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리모델링은 동을 더 짓는 별동 증축과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있다. 수직증축을 하면 최대 3층까지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로 받아야 하는 안전성 검토가 까다로워 지금까지 이를 적용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다행히 국토부가 최근 신기술·신공법 검증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부분 완화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앞으로 2차 안전성 검토가 더 원활해져 리모델링 업계가 수직증축 기술로 제안해왔던 '선재하 공법'의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증축과 함께 또 다른 과제로 꼽히는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완화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내력벽을 철거하면 좌우 확장을 통해 2~3베이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처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내력벽을 철거할 수 없다 보니 아직도 '동굴형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리모델링하면 가구 전·후면 증축으로 동과 동사이 거리도 좁아지는 것도 문제다. 이는 종종 조합원간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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