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포레스트는 올해 상반기 102건의 전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월세 거래는 67건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65.7%에 달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입주한 신축 단지로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이후 전월세 거래가 본격화됐다. 이 단지에서 지난해 하반기 574건의 전월세 거래가 이뤄졌고 이 중 월세 거래는 320건(55.7%)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월세 거래 비중이 더 크게 늘어났다.
신축 단지에서 월세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임대차 3법의 영향을 방증한다. 구축 단지에서는 전세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이 함께 이뤄지는 반면, 신축 단지에서는 신규 전월세 계약이 주로 체결되기 때문이다. 구축에 비해 집주인들이 상대적인 협상력이 우위인 신축 아파트에서 월세가 급증하는 현상은 결국 매도자 우위로 월세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기존 갱신 계약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과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에게는 현금을 바로 확보할 수 있는 월세가 유리한 대응책이 된다"며 "지금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 갱신 계약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세의 월세화는 일부 아파트 단지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42%로 2017년 4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상반기 월세 거래 비중은 2018년 40.6%, 2019년 40.4%, 2020년 40.5%로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서울은 월세 거래 비중의 증가폭이 가팔랐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41.7%였지만 올해는 44.5%로 뛰었다. 2018년 이후 3년간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이 41%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치 증가가 도드라진다.
실제 전월세 거래량을 기준으로도 전세와 월세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월세 거래량은 16만598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15만1472건 대비 1만4515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21만1716건에서 20만7012건으로 4704건 감소했다. 거래량 증가폭의 상당분을 월세 거래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역시 월세 거래 비중이 41.2%로 작년 상반기 39.5% 대비 1.7%포인트 증가했는데, 거래량 측면에서 전세는 240건 증가한 반면 월세는 2만2577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기준으로는 전세가 2695건 증가한 반면 월세는 2만9933건 증가해 10배가 넘는 거래량 상승세를 보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