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낙후된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인근 용산정비창에 조성하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용산전자상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돼 5년간 약 477억원의 세금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이를 철회하는 것이다.
27일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연계전략 마련'이라는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개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의 개발전략 및 기능적·공간적 연계방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전자상가는 과거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산업의 메카였으나 산업구조 변화 및 시설 노후화로 상권이 쇠퇴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시가지형 재생지역으로 선정해 도시재생을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자 이번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실제 용산전자상가 업무는 그간 도시재생실에서 담당했으나 최근 서울시 조직개편에서 도시계획국 내 용산정비창 개발을 담당하는 전략계획과 소관으로 넘어왔다.
이런 정책 방향은 올해 말 공개될 용산정비창 가이드라인으로 이어지며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이면 가이드라인 용역 결과가 나온다"며 "국제업무지구 같은 산업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한편, 용산 지하에 인터체인지 역할을 하는 교통허브 '링킹파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시는 사업의 속도를 위해 별도로 용산 마스터플랜 국제현상 공모를 하지 않고, 곧바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잠정 결론을 냈다.
이는 과거 용산정비창 자리에 높이 620m의 111층 빌딩을 포함한 대형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려고 했던 옛 계획을 다시 실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용지는 고가 아파트 등 23개동을 짓기로 했지만 국제 금융위기 등 여건 악화로 사업 좌초 이후 아직도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이번 용산전자상가 연계 개발은 도심권 도시재생 방향이 민간 주도로 바뀌는 결정이라 의미가 크다. 박 전 시장 시절 도시재생사업은 예산 규모 960억원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로 민간 땅을 넘겨받는 등 투자도 받았지만 시장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10년 방치된 용산개발, 정비창·전자상가 연계해 추진
서울시, 국제현상공모 생략
행정비용 줄이고 시간 단축
곧바로 가이드라인 내놓기로
국토부 공공주택 공급 계획에
서울시 "1만호 넣는건 무리"
정부·市 의견차, 갈등 예고
서울시가 용산 전자상가를 용산정비창과 연계해 개발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용산정비창 용지에 조성하려는 국제업무지구 사업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진행하기로 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를 열지 않고 곧바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일대 지역 여건·현황·공간구성 등 개괄적인 내용을 담은 개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를 개발계획으로 삼아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복안이다.
27일 서울시 관계자는 "국제공모 자체가 법적 절차가 아닌 데다가 코로나 상황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섭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이 많이 떨어져 국제공모를 안 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을 공모받는 과정에 최소 반 년가량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이를 현실성 있게 수정·보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마스터플랜은 프로젝트의 목적·입주 업종 등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용도지역·용적률·높이·교통 등 부문별 계획을 제시하기 때문에 개발 기본계획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는 밑그림일 뿐 시행자가 법체계·재정 등을 고려해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최소 1년간 당선자와 서울시, 공동시행자인 SH공사·코레일 간 협상을 이어가야 해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시가 10년 전부터 용산 개발 방향을 고민한 만큼 단기간 안에 나온 개발안을 수정하기보다 그간 준비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국제공모 경험으로 비춰볼 때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일부 개발안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 때도 국내 업체가 선정됐다"며 "외국인들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긴 하지만 실행성이 떨어진다. 도시에 대한 맥락을 하루이틀 안에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미 서울시는 용산 마스터플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국제업무지구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만들어 둔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6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연말에 해당 용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용산정비창 가이드라인 용역 결과를 연말에 발표하고, 이걸 기반으로 해 구체적인 계획에 들어가겠다"며 "국제업무지구 같은 산업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직 용역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지만 오 시장 1기 시절의 원안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처음에 가려했던 원안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정비창은 2006년 오 시장이 1기 재임 시절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던 곳이다.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사이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백지화됐다. 현재는 아무런 쓰임새 없이 방치된 상태다.
용산정비창 개발은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주택 공급계획과 맞닿고 있어 민간에 맡기기 어렵다는 점도 마스터플랜으로 가기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개발계획에는 주택배분·밀도 등 인구수용계획을 담아야 하는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공급 규모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이곳에 1만호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 활성화를 위해 주택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창 안에 1만가구를 넣으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국제업무지구로서의) 쓸모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과 용산전자상가 개발계획을 연계할지를 놓고 서울시 내부에서도 고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핵심 관계자는 "용산정비창 개발은 오 시장 1기 재임기 때 원안을 중심으로 다시 계획을 세울 예정이지만 용산 전자상가까지 포함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이미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손대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용산정비창 개발 계획은 용산전자상가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계발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