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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던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 한화 금융 계열사들 투자 DNA가 달라지고 있다.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해왔던 한화 금융 계열사들이 야놀자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물론 가상화폐,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2017년 9월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호출·배달서비스 플랫폼 '그랩'에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투자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그랩은 기업가치가 약 400억달러(약 44조원)로 평가받고 있어 한화로서는 또 하나의 투자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그랩도 동남아시장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금융자회사 그랩파이낸셜그룹인데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이곳에 3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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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금융 계열사의 달라진 투자 성향 중심에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36·사진)이 있다는 것이 한화그룹 안팎 평가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본인도 MZ세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세대 감각이 투자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음악 저작권 플랫폼인 뮤직카우에 7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형태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어 이런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서도 투자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6월 반려동물 서비스 기업인 스파크펫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깊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에서 한화그룹이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었던 것도 김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 부사장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으로 디지털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핀테크 사업에 관심이 깊은 김 부사장은 2017년 조직개편 당시 미래전략실 산하 핀테크 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인 핀테크TF와 빅데이터TF, 오픈 이노베이션TF를 각각 실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물론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실었다. 한화 금융 계열사는 국내뿐 아니라 독일 인터넷 은행인 N26, 싱가포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인 iSTOX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다.
김 부사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2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에 583억원을 투자해 지분 6.15%를 확보했다.
김 부사장은 직접 투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 금융 계열사들은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강남에 스타트업의 요람인 드림플러스를 운영하면서 금융·핀테크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회사 전체의 디지털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야놀자·두나무·그랩 등 성공적인 투자 성과가 그 결과"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