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탓에 글로벌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국제 유가가 올해 연말까지 8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월가 전망이 나왔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주요 산유국)이 원유 생산을 전보다 늘리기로 결정했지만 이미 지난 해 이후 시설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 주목한 예상이다. 한편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엑손 모빌과 마라톤 오일 등 정유주를 단기 매수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JP모건의 조이스 챙 연구원은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 탓에 올해 연말까지 1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가는 하루 전날 7%대 폭락장세를 연출했다가 다음 날 1.5% 선으로 반등한 상태다.
원유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JP모건이 유가 상승을 점친 배경은 '공급 측 투자 부족'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 차례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이고 올해 들어서는 '친환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석유 등 화석 연료 산업 전반에서 투자가 다시 한 번 줄었다. 델타 변이에도 불구하고 수요 회복세는 이어지겠지만, 원유 생산은 투자 위축 탓에 단기적으로 수요를 따르지 못할 것이고 그 결과 올해 연말까지는 유가가 더 뛸 것이라는 게 JP모건 분석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요 석유 기업을 보면 이들 업체들의 자본 투자 부족분은 오는 2030년까지 6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따랐다. 기업들이 추가 생산을 위해 투자를 하려면 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를 웃돌아야 하는데 현재 유가는 70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투자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JP모건은 유가가 올해 연말까지는 오르겠지만 내년부터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오버 슈팅'에 주의해야한다고 경고했다. 브렌트유를 예로 들면 올해 연말까지 배럴 당 80달러로 오르겠지만 내년 말에는 62달러로 더 낮은 추정치가 나왔다. 올해 연말까지 유가가 오르면 투자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런 가운데 월가는 올해 투자할 만한 에너지 종목을 손꼽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석유 공룡' 엑손모빌(종목코느 XOM)이 주목 받는다. 20일 마감 가격 기준으로 회사 주가는 55.96달러다. 올해 1월 4일 이후 연간 34.84% 뛰었지만 지난 달 21일 이후 최근 한 달은 -10.59% 낙폭을 그었다.
다만 엑손모빌은 최근 배당 수익률이 6%를 오가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배당 귀족주'로 통하며 투자 인기를 끌어왔다. 배당 수익률은 '현재 회사 주가 대비 1년 간 지금 배당금' 비율을 말한다. 엑손 모빌은 특히 사업 운영에 따른 현금 흐름이 93억달러에 달하는 데 이 돈은 자본 지출 경비와 주주 배당금 총 40억달러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규모라는 평가가 따른다. 다만 회사는 ESG 경영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략 대상이 된 상태다.
석유·가스 업체 외에 셰일 업체들도 주목 받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브렌트유 가격이 55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 석유·가스 업체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를 넘으면 셰일 업체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BofA는 미국 셰일 생산업체인 데본 에너지(DVN)에 주목한다. 미국 레이먼드제임스 증권도 최근 데본 에너지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강력 매수' 권고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로 40달러를 제시했다. 20일 마감 가격 기준으로 회사 주가는 25.33 달러다. 올해 1월 4일 이후 연간 57.04% 뛰었지만 지난 달 21일 이후 최근 한 달은 -11.43% 낙폭을 그었다.
데본 에너지는 월가가 선호하는 '변동 배당제'를 택하고 있다. 리처드 먼크리에프 최고경영자(CEO)는 "일시적 요인이 아닌 펀더멘털 측면에서 에너지 수요 증가가 확인되고 OPEC+ 원유 생산량 결정이 시장이 수용할 만한 것인지 분명해진 후에 자본을 배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변동 배당제는 사전에 정해둔 기간마다 배당금을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분기별 배당금이 1주당 0.11달러이지만 추가로 0.24달러가 지급될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연간 배당 수익률이 5.50% 정도다.
월가는 또 다른 대형 독립 석유 업체 겸 셰일 업체 코노코필립스(COP)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자본금 확충을 위한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BofA는 코노코필립스를 '현금 인출기'라고 평가하면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를 67달러로 제시했다.
코노코필립스는 코로나19가 화석 연료 업계를 강타한 지난 해 하루 평균 셰일 생산량을 50만 배럴씩 줄이기로 결정해 미국 내 셰일 업체 중 가장 큰 폭 감산에 들어간 바 있다. 자사주 매입도 중단하고 세노비스 에너지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세노비스 에너지 매각 대금 20억달러를 활용해 15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월가는 마라톤오일(MRO)과 EQT 코퍼레이션(EQT)도 올해 주가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친환경 시대를 감안할 때 내년 이후 혹은 중장기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19일 뉴욕상업거래소 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리스크가 부각된 탓에 직전 거래일보다 7.51% 급락해 66.42달러를 기록했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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