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돈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은 없지만 전체 임직원 수의 40%에 달하는 개발자가 새로운 세대를 유혹하는 금융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매달 1335만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모바일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메기' 역할을 넘어 '고래'로 성장하려면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개편, 기업대출 활성화, 기존 시중은행들의 플랫폼 개발 등 맹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7월 금융서비스를 시작한 카뱅은 고객 수가 당시 20만명에서 2021년 2분기에는 1671만명으로 늘었다. 불과 4년 만에 8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카뱅 고객의 62%는 MZ세대가 차지할 만큼 미래 세대가 카뱅 성장의 주축이다. MZ세대를 포함한 전체 적금을 기준으로 한 카뱅의 계좌당 잔액은 206만원이다. A시중은행의 MZ세대 전용 적금상품 계좌당 잔액이 6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카뱅의 평균 잔액은 시중은행의 3배가 넘는다. 카뱅은 또 전체 고객이 맡긴 돈 26조6300억원 중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이 15조원으로 56.3%에 달해 40%대에 머물고 있는 시중은행 평균을 압도하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 입장에서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돼 국내 금융권에서 '핵심 예금'으로 불린다. 이처럼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은 것은 메신저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세계를 통해 돈이 돌면서 수시로 입출금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6대 은행(카뱅·KB국민·신한·우리·하나·케이뱅크) 중 카뱅의 지난 1분기 고객 예·적금 점유율은 2.3%다. 2018년 말(1.2%) 대비 두 배가량 높아졌다. 이 기간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점유율이 떨어지며 카뱅에 고객을 뺏겼다. 가계 신용대출 역시 같은 기간 카뱅은 6대 은행 중 점유율이 6%에서 9.1%로 성장했다. 카뱅을 거친 고객들은 주식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카뱅은 한국투자·NH투자·KB증권과 제휴해 올해 상반기 29만계좌를 비롯해 누적 429만계좌를 돌파했다.
[문일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 IPO 앞둔 카뱅 분석 / 카카오뱅크 SWOT 분석 ◆
카카오뱅크의 힘은 '기술'에서 나온다. 유능한 개발자들과 직원들이 자유로운 조직문화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임원이 아닌 개발자 중심인 회사이며 수평적이고 유연하다"면서 "오로지 정보기술(IT) 성과만으로 평가받기에 유능한 개발자들이 모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끊임없이 만드는 플랫폼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 말대로 카카오뱅크는 은행 업무를 하는 IT 회사에 가깝다.
카카오뱅크는 기술 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전체 직원 1000명 중 400명(40%)이 개발자다. 개발이나 IT 인력을 '비용'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존 금융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카카오뱅크는 또 성과에 따라 연봉을 달리해 능력 있는 개발자를 데려오기 쉽다. 반면 호봉제를 택한 시중은행에선 개발자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 2~3년에 한 번씩 부서가 바뀌는 점도 개발자들이 기존 금융사를 꺼리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능력 있는 개발자를 활용해 '리눅스' 체제를 은행권에서 처음 도입했다. 리눅스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다른 운영체제(OS)보다 설치 비용이 30% 이상 저렴하다. 카카오뱅크는 리눅스로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인증서가 아닌 자체 인증을 도입해 불필요한 인증 단계를 없앤 곳도 카카오뱅크다.
기존 금융사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도 카카오뱅크의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엔 '대표'가 없다. 직원들은 윤호영 대표를 영어 이름인 '대니얼'로 부른다. 직급이 없으니 좀 더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직원들은 부서에 상관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디어 모집 메일'에 자기만의 의견을 낸다. 인기 상품인 '모임통장'과 '26주 적금' 등이 모두 이런 아이디어방에서 탄생했다. 상사에게 "보고한다"는 말은 카카오뱅크에 없다. 대신 직원들은 "공유한다"는 말을 사용한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상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각 부서에서 1~2명씩 모여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카카오뱅크 사내 인트라넷인 '아지트' 게시판에 모두 공개된다. 직원들끼리는 100(전부)을 공유하고 외부에는 비밀을 유지하는 100대0의 원칙이 카카오뱅크에 있다. TF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도 자유롭게 상품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성과가 높은 개발자를 야구의 '3할 타자'로 비유하는데 개발자들끼리도 누가 성과가 높은지 알아보고 서로 타율을 높이기 위해 알아서 경쟁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공동체에 속해 있는 점도 카카오뱅크의 강점이다.
[이새하 기자]
카카오뱅크의 약점은 확장성을 무기로 한 카카오가 각종 규제가 즐비한 금융에서 승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카뱅은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이었으나 출범 이후 5년간 몰려드는 대출 희망자들이 신용 1등급 등의 고신용자 위주여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작년 6월 말 기준 카뱅 신용대출 중에서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4등급이 가져간 비중(금액 기준)은 98.5%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카뱅에 기존 취지대로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올해 들어 카뱅은 이들 위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카뱅은 고신용자의 금리를 높여서 그 비중을 줄이는 궁여지책을 써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금리를 낮춰주면 중금리 대출 비중을 쉽게 늘릴 수 있지만 금리 인상기에 부실 우려가 높아져 위험하다"며 "결국 고신용자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전했다. 카뱅의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6조4014억원이다. 이는 작년 6월 말(14조749억원)보다 1년 새 16.5%나 급증한 수치다. 신한은행 신용대출 증가율(15.3%)보다 1.2%포인트 높았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신용대출 증가에 대한 규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00% 가계대출 위주의 사업 구조도 문제다. 가계 부실 우려가 높은 만큼 비대면 기업대출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일호 기자]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능을 확대해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게 목표다. 시중은행들이 카드와 보험, 펀드 등을 팔아 수수료 수익을 내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의 힘으로 '앉아서 돈 버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MZ세대(20·30대) 비중이 높은 점도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수수료 수익은 13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수료 수익(68억원)의 두 배를 기록했다. 수수료 수익엔 증권사 주식 계좌 개설, 제2금융권 연계 대출, 제휴 신용카드 개설, 제휴사와 함께하는 26주 적금 등으로 벌어들인 돈이 포함된다.
카카오뱅크는 높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계좌 수는 1600만개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KB국민은행(3200만개)의 절반에 달한다. 고객들의 앱 이용도 활발하다. 카카오뱅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한 달 동안 앱에 접속한 이용자 수)는 1335만명에 이른다. 뱅킹 앱 중 1위다.
카카오뱅크의 또 다른 잠재력은 MZ세대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40·50대 자산가에게 집중한다면, 카카오뱅크는 MZ세대를 잡는 데 힘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20·30대 비율은 59%에 달한다. 기존 은행의 고객은 지금 돈을 가진 자산가들이지만, 카카오뱅크는 미래의 충성 고객이 될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지난해 출시한 10대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뱅크 미니(mini)' 상품에서도 카카오뱅크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가입자 수는 79만명에 이른다.
[이새하 기자]
시중은행들이 경영 전략 화두로 MZ(밀레니얼+Z)세대 공략을 선언하고 이들을 위한 플랫폼 출시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를 위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MZ세대에 대한 지분을 더 이상 빼앗기면 미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은행의 공격을 막고 카카오뱅크가 MZ세대에 대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짠테크' 트렌드를 반영한 '쏠테크 플랫폼'을 이달 론칭할 예정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OL'에서 결제나 미션 수행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은행이나 증권, 제휴사 상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앱 테크와 소액 재테크 서비스가 결합됐다.
짠테크는 푼돈을 아껴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재테크 방식으로 목돈이 없는 2030 사회초년생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20대 전용 브랜드인 '헤이 영(Hey Young)'을 리뉴얼하고 '모바일 쿠폰마켓'과 '헤이영 포스팅' 금융 서비스를 탑재했다. 모바일 쿠폰마켓에서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쿠폰을 거래할 수 있고 헤이영 포스팅은 첫 월급 재테크 등 사회초년생을 위한 맞춤형 금융 콘텐츠를 연재하는 페이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거대기업 가운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면서 "디지털 시대 주역인 MZ세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KB의 강점을 바탕으로 혜택과 편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올해 말 Z세대 전용 플랫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