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락 사태를 겪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TSMC 주가가 하루 새 5% 넘게 급락한 데 이어 16일 대만 증시에서도 가파른 낙폭을 보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 해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세 둔화 가능성과 외국인 투자 급증에 따른 환율 변화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대만증시에서는 TSMC 주가가 장중 4% 가깝게 떨어지며 거래됐다. 회사가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투자 심리를 끌어당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15일 뉴욕증시에서도 TSMC 주가가 전날보다 5.51% 급락해 1주당 117.53달러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여파다. 배런스는 파운드리 업계 호황을 기대한 외국인들 투자금이 대만 금융시장으로 유입돼 현지 통화 가치가 커진 결과 TSMC 입장에서는 대만 달러화 표시 영업 이익이 줄었고 투자자들은 이 때문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같은 날인 15일 회사가 '2021년 2분기(4~6월) 실적'을 공개하면서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32억9000만달러(약 15조1600억원)를 기록해 직전 1분기대비 2.7%, 전년 동기 대비 19.8% 올랐다. 이날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은 주로 하이퍼포먼스컴퓨팅(HPC)과 자동차 관련 수요 증가가 배경"이라면서"3분기는 5나노 및 7나노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업이익이 52억100만달러(약 5조93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2% 줄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분위기다. 세계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5일 하루 새 2.17% 하락했다. 같은 날 IT리서치 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컴퓨터(PC)·워크스테이션 출하량이 올해 2분기에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한 8360만 대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간 기준 1분기(55.9%), 작년 4분기(25.9%) 증가세보다는 둔화된 수준이다. 이는 휴렛팩커드(HPQ)나 등 PC 업체 뿐 아니라 PC에 들어갈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 매출 증가세에도 영향을 준다.
한편에서는 기대감도 있다. 15일 시티그룹은 '중앙처리장치'(CPI)반도체 강자 AMD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17달러에서 95달러로 약 439% 상향했다. 15일 마감 시세 기준 AMD 주가는 전날보다 2.38%떨어진 86
이밖에 같은 날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파운더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주가가 16일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한국 파운드리 업체 에이디칩스 주가는 장중 22%이상 뛰어 거래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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