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동안 매물로 나와있던 로젠택배가 드디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1조원 대 매출을 자랑하는 대명화학이 그 주인공이다.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한 이후 약 8년 만에 매각을 성사시켰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최대 주주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는 대명화학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 측이 합의한 거래 가격은 3000억원대 중반 수준이다. 이번 거래 대상은 베어링PEA가 보유한 로젠택배(주식회사 로젠) 지분 100%다.
대명화학은 법무법인 광장의 자문을 받으며 로젠택배 인수를 준비해 왔다. 사모펀드(PEF)와의 컨소시엄 없이 단독으로 인수할 계획이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매각 측 자문사로 참여했다.
시장 관계자는 "대명화학이 사업다각화 및 신사업 진출 차원에서 로젠택배 측에 먼저 인수의향을 밝혔다"며 "오너 일가를 비롯해 그룹 내부에 회계사 인력들이 많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대명화학은 플라스틱 필름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다. 패션사업을 펼치는 '코웰패션', 전자부품 제조사 '모다이노칩' 등의 코스닥 상장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코웰패션은 리복과 아디다스, 푸마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어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춘 편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대명화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300억원, 영업이익은 1490억원이었다.
대명화학은 신사업 진출 차 로젠택배를 인수하기로 했다. 로젠택배의 빼어난 현금창출력과 대체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한 것이다. 로젠택배는 기존 물류 업체들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택배품을 배달하는 콘셉트다. 동일한 품종의 물품을 최대한 많이 배달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는 기존 택배 회사와 사이한 구조다. 전년도 기준 로젠택배의 매출액은 5128억원, 영업이익은 293억원이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로젠택배의 경우 평균 구매단가가 높은 화주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빼어난 편"이라며 "기존 택배 사업자들이 인수해 시너지를 도모하긴 어렵지만, 관련된 사업을 새롭게 해보고 싶어하는 중견기업에겐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아 왔다"고 그동안의 스토리를 설명했다.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한 이후 약 8년 만에 매각을 성사시키게 됐다. 2016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터라, 회사 내부에서도 거래 성사를 눈 앞에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베어링PEA는 지난 2016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무산됐다. 지난해 6월 말엔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며 거래를 진전시켰지만, 웰투시가 프로젝트펀드 출자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백지화 됐다. 이후에도 크레디언파트너스와 JC파
로젠택배가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코스피 입성 계획은 아예 없던 일이 됐다. 상장은 베어링PEA가 염두에 둔 자금 회수 전략 중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최근까지 상장 작업을 준비해 왔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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