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 정부에서는 천문학적인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로 위기 국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과 금융시장에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자산을 증식하고, 또 지켜낼 수 있을까. 이에 탈무드 전문가로도 유명한 홍익희(사진) 전 세종대 교수를 만나 해법을 모색해 본다.
팬데믹 시대, 향후 눈여겨봐 야 할 자산은
세계 경제 흐름상 향후 '달러'가 핵심 가치로 부각할 것이다. 최근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의 급등락도 달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금을 비롯해 원자재 관련 투자도 눈여겨 봐야 한다. 통상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상품 가치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원자개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투자를 할 땐 어느 한곳에만 '올인'하는 '무대포 식' 투자말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위기에 대응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 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재앙에도 내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회사나 사업에만 매몰돼 있으면 안된다. 즉, 분산투자 하듯, 수입원과 활동영역도 분산하는 게 필요하다. 험난한 시기를 이겨낸 유대인의 생존비결 중 하나는, 지금 당장 거주지에서 쫓겨나더라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일 수록 제2의 수입, 제3의 수입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또 수입이 적든 많든, 다 써 버리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수입의 일정 부분은 항상 떼어서 투자하는 습관을 갖자. 내 몸은 24시간 일할 수 없지만, 내 자본은 24시간 일하는 '현금흐름' 구축이 절실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유대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성공비결을 탈무드에서 찾는다. 그 성공 비결이 뭘까요
탈무드는 공동체를 규율하는 법으로, 신뢰를 기초로 한다. 동시에 공동체 정신 곧 단결력이 성공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탈무드 공부를 할 때도 항상 친구와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이든지 '함께', '같이' 하는 공동체정신이 성공을 낳았다고 본다. 또 탈무드는 지혜의 보고이다. 친구와 함께 이를 공부하는 가운데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교환하는 가운데 '편견이나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합리성과 집단지성이 길러진다.
그럼, 탈무드에서 말하는 유대인의 생활이나 금융교육은
유대인은 여자는 만 12세, 남자는 13세가 되면 성인으로 대접, 성대한 성인식 행사를 연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성인식에 참석한 어른들이 축하금을 주는데, 가까운 친척들은 유산을 남기듯 거액을 준다. 이 현금으로 아이들은 예금, 주식, 채권 등 분산투자로 돈을 불리며 진정한 성인이 될 준비를 시작한다. 사실상 이때부터 본격적인 재테크에 눈을 뜨게 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그때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어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라, 불리지 못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다. 시작도 늦지만 '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불리는 것'으로 인식하는 유대인에 비해 경제관념이 10년에서 많게는 20년정도 뒤처지는 것 같다. 평생 살아가면서 '돈을 굴리는 지혜'를 강조하는 유대인의 가치관은 탈무드에도 잘 녹아있다. 호텔스닷컴의 CEO인 밥 다이너는 '내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유대인 학교에서 배웠던 탈무드 덕분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어릴 적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만약 우리나라 학생들이 돈에 관심을 보이면 '돈은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며 핀잔을 받기 일쑤다. 이 결과 아직도 '금융 문맹'의 비율이 높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만 묻어두는 나라에서는 기업이 성장할 자본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계 자산의 절반 정도를 주식에 투자해 기업과 국민이 함께 성장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들 사교육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다가, 본인은 정작 '빈곤한 노후'를 맞이하는 현상도 사회적인 문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 예기치 못한 경기침체 상황을 몸소 겪은 세대를 중심으로 '돈의 원리'를 공부하고 재테크를 실천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금융문맹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개인의 재산과 국부를 지키려면 개인이 불합리한 금융제도에 눈뜨고,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것을 주장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노동교육과 금융교육을 하도록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탈무드 관련 책을 집필하면서 열강 중인데 최근엔 '코리안 탈무드'란 책을 집필 하셨다
마크 저커버그, 마이클 블룸버그, 소로스 등 소위 대성한 유대인들은 어린시절부터 탈무드와 토라를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탈무드는 약 1500년 전에 집대성한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영감을 주는 투자법과 학습법, 네트워크를 만드는 법 등 구체적인 지침으로 가득하다. 첫 직장을 코트라(KOTRA)에서 시작해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 무역관을 거쳐 뉴욕무역관 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 등을 지냈다. 놀라운 것은 그 기간 만나는 대형 바이어들과 실력 있는 유력 에이전트 대부분은 유대인 출신이었다.
↑ 무역협회에서 주관한 강연회 특강을 하고 있는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의 모습. |
유통은 물론 금융권의 핵심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대인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한데 세계 곳곳에서 정치, 경제, 문화 리더로서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시피 한다. 더욱이 전체 노벨상 수상자 중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 정신 기저에는 '탈무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았다. 이 탈무드를 한국인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추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성공 법칙'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집필케 됐다.
코트라 근무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1996년 뉴욕무역관 부관장 시절 블룸버그통신 사장이던 마이클 블룸버그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평사원과 똑같이 사무실 한쪽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우리 일행을 맞았다. 사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가 하면 회사 곳곳의 견학도 안내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줬던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등 다른 유대인 기업가들도 대부분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한다. 여기에는 직원과의 소통이 쉽다는 이유 외에도 업무에 솔선수범 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사장인 자기만 특별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부 유대인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기도 한다. 그들에겐 별도의 사장실도, 지정된 주차공간도 없다. 이 같은 평등사상이 낳은 수평문화가 바로 '후츠파' 정신인데 탈무드에서 강조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다.
흔히 '자본의 굴레'라는 말을 하곤한다. 돈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져서 일수도 있지만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반증일수도, 탈무드는 어떤 혜안을 제시할 수 있나
탈무드에서는 부의 축적은 신의 축복이라 말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가르친다. 돈은 약자를 돕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유대인 부자들은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혈액이 되도록 흘려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유독 기부를 많이 한다. 자본주의 정신으로 돈을 벌되, 사회주의 정신으로 분배하는 게 키부츠(이스라엘 농경공동체)의 방식이다. 공동체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휴넷과 함께 한국인 노벨상 100명 배출을 목표로 '코리안 탈무드 스쿨'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휴넷이 오는 2022년을 목표로 만들고 있는 '코리안 탈무드 스쿨'은 유대인의 성공 비결에 한국인의 지혜와 문화를 결합한 자기계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100년까지 한국인 노벨상 100명 배출'을 목표로 한다.
커리큘럼은 ▲탈무드 도서로 기초 학습 ▲온라인 교육으로 본 학습 ▲오프라인 워크숍 ▲성장관리 앱 '그로우'를 통한 실천 관리로 진행된다. 코리안 탈무드 스쿨의 첫 단계로 '코리안 탈무드'를 출간한 것이다. '코리안 탈무드 스쿨'이 완성되면 '한국인 노벨상 100명 배출'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한국인 노벨상 장학사업과 대국민 캠페인 등 국민 참여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He is…
서울고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나와 1978년 KOTRA 입사해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 뉴욕, 파나마 등 전 세계를 누비며 근무하다 밀라노 무역관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했다. 세계 곳곳의 무역현장에서 유통과 금융, 서비스산업 등의 핵심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 유대인이란 누구인가를 평생의 탐구과제로 삼게 됐다. ▲유대인 이야기(2013 YES24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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