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학개미는 삼성전자를 24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우선주 4조원까지 합치면 순매수 규모는 28조원이 넘는다. 우선주를 제외한 보통주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평균 매수 단가는 8만3300원이다. 상반기 내내 삼성전자를 보유했다면 지난달 30일 종가가 8만700원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3.3%에 그친다.
하지만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95%, 해외 주식형 펀드는 11.01%에 이른다. 순자산 100억원 이상인 국내외 해외 주식형 펀드 상위 톱5를 살펴보면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가 국내 펀드 중에서는 가장 높은 36.48%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13년 전인 2008년 7월 8일 설정된 장수 펀드로 누적 수익률이 300%가 넘는다. 에셋플러스는 액티브 펀드 전문 운용사로서 경험을 살려 연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는 상반기에 수익률 34.87%를 기록해 순자산 10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 중 2위에 올랐다. 이 펀드는 미성년자만 가입할 수 있어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가 높은 대표 상품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권은 베트남 펀드가 싹쓸이했다. 베트남 증시를 대표하는 VN지수는 작년 말 1103.86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달 말 1408.55까지 거침없이 올랐다. 이에 삼성베트남펀드는 상반기 수익률이 무려 51.16%를 기록했다.
장현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증시가 계속 상승한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현지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고, 기업 이익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고 투자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의 KB베트남포커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베트남알파펀드도 각각 40.93%, 38.61%, 36.29%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조1000억원 규모로 설정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는 상반기 수익률이 17.51%로 집계됐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가 상반기에 좋은 성과를 냈지만 자금 흐름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 1조825억원이 순유출됐다. 6월 한 달 동안에도 2618억원 순환매가 이뤄졌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연초 이후 자금 2조8353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더 좋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상반기에 시장도 좋았지만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성공적으로 잘한 것이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부문장은 운용사들이 더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야 펀드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운용사들이 1년 잘하고 나면 다시 못하는 사례가 반복으로 자주 나타나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왔다"며 "개인투자자들도 20~30%씩 수익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언택트 등 테마형 펀드들이 각광받으며 수익률이 좋았다"면서도 "주식 시장 상황이 바뀌면 공모펀드 시장 전체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