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핀테크만 배불린다"…'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불참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나 토스 같은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오는 10월 출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원스톱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인 곳도 있고, 불참을 확정한 곳도 있지만 은행들 전반적으로 참여에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영업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모든 금융사 대출 상품 금리를 비교한 후 기존 대출을 쉽게 해지하고 금리가 싼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적은 비용으로 영업점을 가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은행들 입장은 좀 다르다.
모바일 앱에서 금리 비교와 대출 갈아타기가 쉬워지면 '금리 무한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많은 수수료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참여를 계기로 시중은행의 '빅테크·핀테크 종속'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참여해봤자 은행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금융소비자의 대환대출 플랫폼 활용이 일반화되면 은행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왜 은행들 팔을 비틀어서 애먼 빅테크·핀테크 사업자들에게 사업 기회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