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비율이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에 전세난까지 맞물리면서 엄빠찬스(부모 자금 도움), 빚투(빚내서 투자), 갭투(세를 끼고 투자) 등을 총 동원해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총 매수 건수 5090건 중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5.4%(277건)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의 서울아파트 매수 비율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5%(5.1%)를 넘어선 데 이어 12월 5.3%로 정점을 찍었다.
이 비율은 올해 들어서는 1월과 2월 각각 5.1%, 4.2%로 하락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3월 4.5%, 4월 5.2%, 5월 5.4%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며 작년 12월 기존 최고치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20대 이하 아파트 매입은 오피스가 밀집한 도심이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실제 종로구가 11.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노원구 9.2%, 도봉구 8.9%, 구로구 7.8%, 중구 7.5% 순으로 집계됐다.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5월 5.8%로 역대 최고치에 기록했다. 강남구는 10대와 2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3월 1.8%, 4월 4.2%, 5월 7.2%로 두 달 연속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시내 중소형(전용 60㎡ 초과∼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원을 웃도는 상황에 소득이 없거나 적은 20대 이하가 직접 돈을 모아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대 이하의 아파트 구매에는 부모와 자식 간에 차용증을 써서 공증까지 하고 매달 이자를 내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편법 증여도 횡행한다"고 귀띔했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현금 증여하면 5000만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다. 하지만, 금액에 따라 증여세율이 최저 10%(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최고 50%(과세표준 30억원 초과)에 이른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필명 제네시스박)는 "금전소비대차를 가장한 편법 현금 증여는 과세당국의 조사로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증여세율이 높아 절세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훗날 어차피 상속해야 해서 사전 증여의 취지로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사주는 부모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초구 반포 일대 한 아파트단지 상가 내 중개업소 [매경DB] |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5090건으로, 전달(4194건) 대비 21.4% 늘었다. 지난해 12월 8764건에서 올해 1월 5945건, 2월 5435건, 3월 4495건, 4월 4194건으로 매달 감소하다 상승세로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의 연령대별 거래수는 30대가 186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299건, 50대 828건, 60대 437건, 70대 이상 311건, 20대 이하 277건 순으로 집계됐다. 30대 거래는 전체의 36.7%로 20대 이하 거래(5.4%)까지 합하면 30대 이하의 비율은 42.1%나 된다.
30대 거래 비율은 올해 1월 39.6%로 연령별 통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월 35.9%, 3월 36.1%, 4월 34.1%, 5월 36.7% 등 34∼37%를 유지하고 있다. 30대 이하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거래 비율은 올해 1월 44.7%로 정점을 찍은 뒤 2∼3월 40.1%, 40.6%로 40% 선을 유지하다 4월 39.3%로 내려간 후 5월 42.1%로 40%대로 되돌아 왔다.
30대 이하가 패닉바잉을 통해 아파트를 사들인 지역은 중구(53.8%), 강서구(52.1%), 성동구(50.9%), 노원구(50.4%) 4개 자치구에서 거래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40%가 웃도는 지역도 10곳(중랑구 48.7%, 영등포구 47.7%, 도봉구 47.5%, 구로구 47.0%, 서대문구 46.5%, 금천구 45.4%, 관악구 43.8%, 동작구 43.5%, 마포구 41.9%, 송파구 41.8%)이나 됐다.
이에 비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구와 서초구의 30대 이하의 매수 비율은 각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30대 이하의 매수세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과 출퇴근이 쉬운 도심에서 이어지고 있다"면서 "청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소득 맞벌이 부부 등은 여전히 기존 주택 구매를 고려하면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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