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7월부터 무주택 실수요자 대출 한도가 완화되지만 서울 강북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기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전경. [매경DB] |
7월부터 무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한도가 확대되지만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원을 넘어서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 11개구 평균은 13억5371만원, 강북 14개구 평균은 9억290만원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무주택자는 "마포뿐 아니라 서대문, 용산 등에서도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찾기 힘들다"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한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8000만원 이하에서 9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생애 최초 구입자는 1억원 미만까지 우대 혜택도 받는다. 대상 주택 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면 LTV 우대 혜택(4억원 한도 이내)이 기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라간다.
문제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해준 것보다 아파트값이 더 빨리 뛰면서 서울에서 LTV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좀처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 |
서울을 포함한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값이 15억원이 넘으면 시중은행 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대표 아파트들은 20평대가 15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고, 노원구 30평대 아파트들도 13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가 최근 15억5000만원에,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 4단지 전용면적 59.9㎡는 지난달 15억25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전용 59㎡는 최근 15억8000만원에 손바뀜됐고,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최근 1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하반기에도 아파트값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8억원대 후반에 계약한 아파트들도 잔금일인 대출 실행 시점에 KB시세가 9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에도 정부 대출기준선에 맞춰 가격대가 수렴되는 현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하반기 집값 상승 추이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주택 실수요자가 LTV 우대 혜택을 보려면 결국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인천광역시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하기 어려워져서 결국 무주택 실수요자가 서울 외곽이나 경기·인천 지역으로 가면서 '탈서울 내 집 마련'이 하반기에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