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 모습 [사진 = 강영국 기자] |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상승했다. 상승 폭은 지난주 0.11%보다 다소 둔화했지만 2019년 7월 이후 10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세 물량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달 3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0.4로 110선 아래를 유지하던 3월 4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점수를 나타내는데 100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으면 전세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체감되는 전세 물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의 주택 전셋값은 0.90% 올라 지난달(0.62%)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작년 11월(2.39%) 이후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1.50%→1.21%→0.93%→0.68%→0.56%) 오름폭이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오름폭을 키운 뒤 2개월 연속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물건 부족을 꼽는다. 지난해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든 데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시행으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과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세 수요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반면, 서초구 등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되는 지역은 이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주택 공급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2·4대책 등을 통한 물량 공급은 단기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연내 시도하는 금리인상이 자가 이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게 될 경우 전세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사진 = 이충우 기자] |
현 정부 들어 민간 주택 공급을 옥죄며 신축 아파트 자체가 귀해진 데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법'과 각종 실거주 규제, 보유세 강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총 2만388건으로 2개월 전(2만2797건)보다 10.6% 줄었다.
일례로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녹번역' 전용 59m²는 이달 초 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가 3억원 후반대였던 것을 감안할 때 전셋값이 2억5000만원 이상 비싼 셈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그랑자이' 전용 84m² 전세가 21억원에 나왔다. 이 주택형의 2년 전 분양가는 14억5200만원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초기에는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인근 전세시장이 안정됐지만, 서울 지역 전반에서 전세물건 품귀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옛일이 됐다.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는 건 민간 주택 공급을 억누린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여기에 새 임대차법, 각종 실거주 규제, 보유세 강화 등도 전세시장 불안정에 한몫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주택담보대출과 양도소득세 공제 시 거주 기간을 추가하면서 전세를 놓지 않고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증가했다"면서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를 놓더라도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며 전세 물량이 줄었고, 임대료 인상이 사실상 4년간 제한되면서 신규 계약 시 집주인들이 최대한 보증금을 높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 수요가 몰리는 하반기(7∼12월)를 앞두고 이런 현상이 구축 아파트로까지 확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동구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강동구 지역은 최근 1개월 사이 아파트 전세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빌라 전세도 줄고 있다"며 " 올 3월만 해도 전용 59m² 전세 실거래가는 3억∼4억원이었지만 이후 호가가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올려 내놔도 전셋집 구하기에 급한 세입자들은 무리해서라도 계약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입주 물량이 상반기보다 41%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하반기에 강남·서초구 등 재건축이 완료된 단지들 위주로 총 1만2802가구가 입주한다. 하지만 올 전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데다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규제로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난 해결에는 도움을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 수급 상황이 녹록지 않아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면서 "다만 하반기 입주 물량이 상반기보다는 많고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권 등에서 입주가 진행되는 만큼 전셋값 불안의 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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