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대우건설 인수전이 2파전 체제로 펼쳐지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번 인수전은 국내 건설업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수·합병(M&A)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아부다비투자청을 비롯해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후보는 없었다.
건설업을 하는 시공사 중흥건설과 시행사 DS네트웍스만이 입찰 서류를 냈다. 건설업계 집안싸움으로 귀결된 것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이종 업종과 교류를 통해 혁신을 창출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대우건설 주인이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가려지면서 누가 인수하든 대우건설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 매각을 '졸속 매각, 밀실 매각'이라고 주장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시스템과 기술로 돌아가는 제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조직에 축적된 직원의 전문성에 의해 굴러가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에는 과거 대우그룹 소속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향수에 젖어 있는 직원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직원 대다수는 글로벌 국부펀드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정도는 돼야 대우건설을 인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이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인 중흥토건, 35위 중흥건설에 팔려가는 걸 마뜩잖아 하는 정서가 있다. 시행사 DS네트웍스를 축으로 하는 사모펀드 연합체에 넘어가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에도 양자 간 화학적 결합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며 3년 만에 이별했다. 2018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도 "자존심이 상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인수 후보들은 나란히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의 '당근'을 내세운다. DS네트웍스 관계자는 "인수 후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대부분 임원을 유임시킨다는 게 기본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도 "시너지를 내는 데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이 겹치는 이유로 무리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르면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에 대해 500억원 이행보조금을 내야 한다는 조건을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매각 기대감에 전일보다 0.46% 오른 8660원에 마감했다.
[홍장원 기자 / 이선희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