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체 최초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채권 발행에 나선 팬오션이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8배가 넘는 자금을 끌어들이며 흥행을 거뒀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만기 3년, 500억원 규모로 녹색채권 발행에 나선 팬오션이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403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오는 25일 녹색채권 발행 절차를 마무리하는 팬오션은 조달한 자금 500억원 중 273억원은 친환경 LNG 보급선 도입에 쓰고, 227억원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수요예측의 경우 신용등급 A- 회사채로는 이례적인 낮은 수준의 금리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팬오션은 애초 공모희망금리밴드인 -0.3~0.3%에서 모집물량 기준으로 -15bp(베이시스포인트)로 전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 17일 팬오션의 개별민평금리는 절대금리 수준으로 2.062%였다. 이는 수요예측 전날인 16일 팬오션 개별민평금리인 2.212%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한 단계 상위 등급인 A0보다도 더 낮았다.
올해 들어 ESG 채권 발행 흐름을 주도했던 공사·공단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앞다퉈 ESG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 발행시장에도 ESG 채권이 상대적으로 일반 회사채보다 선호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팬오션과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사조산업(신용등급 A-)은 200억원 모집에 40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삼척블루파워(AA-)는 우량한 신용등급에도 석탄발전소 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들로 인해 1000억원 모집에 전액 '미매각'이 발생했다.
최근 해운 운임이 급등하면서 향후 팬오션 업황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올해 4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단기용선 비중을 높이고, 우량화주와 신규 계약 성사로 사업안정성을 끌어올려 팬오션 등급전망을 A-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