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콕-35] 코스피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우려를 이겨내고 사상 최고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고 있다. 카카오를 필두로 한 성장주와 은행 업종을 위시한 가치주가 함께 오르면서 주식시장이 하반기 한 단계 더 '레벨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란 주식시장의 '예고된 변수'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주식시장 참여도를 높이기엔 부담스러운 것 또한 현실이다. 매일경제는 '재테크 아는 행님' 정문석 신한은행 글로벌투자전략팀장에게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그리고 돈을 잃지 않기 위한 투자전략을 물었다.
정 팀장은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이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위험자산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에서 승자로 남기 위해서는 '과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많이 벌었다가 크게 잃는 사람보다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의 장기 성과가 월등히 높다"면서 워런 버핏의 잃지 않는 투자법을 소개했다.
정 팀장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반반 정도로 가져가는 게 무난하다"면서 "안전자산 가운데 특히 미국 국채를 환을 헤지하지 말고 노출시킨 상태로 투자하면 가장 자산배분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1. 다시 가치주의 시대? 성장주 더 간다?
A. 성장주냐, 가치주냐 하는 문제는 금융시장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성장주는 당대의 가장 고성장을 하는 기업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고성장을 하니까 인기도 많고 자금도 많이 몰려서 밸류에이션이 높습니다.
반대에 있는 것이 가치주입니다. 가치주는 소외된 주식들, 밸류에이션이 싼 주식이죠. 상승장에서는 성장주가 더 많이 오르고, 하락장이나 횡보장에서는 가치주가 덜 빠지면서 밸런스를 맞추면서 왔다갔다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를 보면 작년까지 12년 연속으로 성장주가 가치주를 압도했습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를 맞이하니까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IT 등 고평가된 성장주들이 언택트 바람을 타고 더 많이 오른 것이죠. 금년 들어 소위 말하는 섹터 로테이션, 경기민감주나 가치주로 로테이션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로부터 전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성장주냐, 가치주냐 단언을 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보면 적어도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지금의 가치주와 경기민감주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반기에 경제가 좋고 인플레이션도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2~3년을 내다보면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했을 때 고성장 테마인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전기차, 친환경 테마들이 성장이 둔화될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그 테마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죠. 투자자들이 장기 관점에서는 고성장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는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가치주 투자 비중을 6 정도(성장주 4)로 더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이 됐다고 하면 다시 성장주 쪽으로 비중을 더 옮기시는 게 적절합니다.
Q2. 상승장 이어질까? 이제 하락장 대비할 때?
A. 결론을 말씀드리면 좀 더 상승할 여력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자제하라는 말씀을 같이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하반기 전망을 할 때를 돌이켜 보면 그때는 하나의 힘만 작용했습니다. 코로나로 주가가 급락했고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폈습니다. 작년 하반기 증시전망을 할 때는 수월했습니다. 그 힘이 워낙 컸기 때문에 주가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 주요국 증시가 작년 하반기 20~30% 반등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충돌하는 시기입니다. 주가를 더 올릴 힘도 강합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 경제가 근래 40년 중에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을 보면 원래 연 2% 성장하면 잘한 것입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7~8%, 10%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성장률이 높으면 뭐가 좋을까요. 주가의 펀더멘털 핵심은 기업 실적입니다. 그리고 기업 실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성장률입니다. 해당 국가 성장률도 중요하고 글로벌 성장률도 중요합니다.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성장률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실적이 나쁠 가능성이 적죠. 주가를 최소한 밑에서 떠받힐 힘은 강합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의 가장 큰 힘(경기부양책)이 이제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주가를 위에서 억누르는 힘도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사이드(상승 가능성)를 너무 높게 보지 마시고 공격적으로 하시기보다는 지금의 위험자산 투자를 유지하는 정도, 일부 지역이나 기업이 밸류에이션 매력적이면 추가로 투자하는 정도로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Q3.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충격 가능성은.
A.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우려는 줄어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중앙은행과 정부들도 그런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죠. 만에 하나 어떤 큰 리스크 요인이 발생한다면 지금 전혀 예상하지 않는 어떤 것이 될 것이지,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하반기에 엄청나게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Q4. 투자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A.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뭘 잘할까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리서치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첫째는 투자자 본인의 심리 상태를 잘 볼줄 알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제어를 잘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금년 초만 해도 코스피가 4000 간다고 하니까 그동안 주식에 관심없던 사람이 잘 모르면서도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그렇게 들어가면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안 좋을 때가 많습니다. 욕심에 좌우되며 이익이 크게 안 남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작년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할 때는 너도나도 내던집니다. '패닉 셀링'을 하는 것이죠. 부화뇌동으로 투자하는 사람도 처음에는 많이 고민하고 연구도 했던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리가 그것을 앞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경험이 많고 심리를 잘 볼 줄 아는 투자자는 욕심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조금만 따라 가자', 패닉셀링을 할 때도 '조금만 팔고 버텨보자'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성과 차이가 큽니다.
두 번째 복기를 잘 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고, 더 현명한 사람은 남의 실수에서도 배운다.' 남의 실수라는 것이 역사입니다. 금융투자를 할 때 좋은 것은 금융시장은 과거 데이터가 상당히 많습니다. 금융위기가 왔을 때 주가가 얼마나 빠졌고, 어떤 계기로 회복이 됐는지 찾아보면 모두 데이터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본격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년이 안 된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걱정스러운 것이 주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물어보면 주식은 절대로 녹록한 것이 아닙니다. 향후 시장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것은 과거 데이터를 살피는 것입니다. 과거에 많이 오른 뒤 언제 급락장이 왔고, 어떻게 회복이 됐는지 감정이입을 해서 복기를 해보면 좋습니다.
Q5. 투자의 '복리 효과'.
A. 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면 1장 1절에 넣을 것이 복리의 마법입니다. 예를 들어 두 명의 투자자가 있다고 합시다. 한 명(A)은 첫 해 50%, 두 번째해 -20% 수익을 올렸습니다. 다른 투자자(B)는 첫 해와 두 번째해 모두 10%씩 수익을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가 더 잘했을까요.
단순히 생각해보면 마이너스가 있긴 하지만 첫해에 워낙 잘했으니까 당연히 A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첫 번째 투자자는 20%, 두 번째 투자자는 21%의 수익률이 나옵니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인간은 원금의 이자까지는 쉽게 계산합니다. 그런데 원금의 이자의 이자는 계산이 안 됩니다. 전혀 감이 없죠. 이게 복리 효과입니다.
복리효과를 잘 누리려면 절대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기간별 수익률 편차를 줄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오랜 기간 가장 잘한 사람이 워런 버핏입니다. 버핏의 첫 번째 원칙이 '절대 돈이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승산이 높을 때만 투자하는 것이죠. 버핏의 마법의 숫자는 20.3%입니다. 바로 연평균 수익률이죠.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겨우 20.3%로 그렇게 큰 부자가 됐느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한두 해 20% 수익률은 일반 투자자도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제 주변에서도 두 배 수익이 났다, 적어도 50%는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랑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20.3%를 55년간 평균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엄청난 것입니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2.7만배, 270억원이 됩니다.
젊은 투자자들, 새롭게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분들의 심리가 급합니다. 본인은 시드머니가 적은데 주변에 돈 많은 사람들을 보다보면 펀더멘털이 약한 작전주 같은 것에 투자합니다. 일주일에 더블, 한 달 안에 서너 배 올라가길 바라는 주식들이죠. 잘 벌 때는 더블이 나고 50% 수익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그걸 계속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벌 때도 잃을 때도 있지만 쭉 정리해보면 결국 별로 번 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투자한 사람들이 누적 수익률이 더 좋죠. 그런 부분을 꼭 인지하고 투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6.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방법.
A. 자산배분을 얘기하면 잘 안 와닿는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사실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초창기에는 '내가 전망 잘해서 맞히면 되지 굳이 자산배분을 해야 하느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좀 경험을 하다 보니까 자산배분이 장기수익률에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투자자산의 주력은 주식이 돼야 합니다. 기업이 점점 더 경제성장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가 기업과 동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산배분은 왜 해야 할까요. 주식이 잘나갈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주식이 20~30%, 심지어는 60%까지 전체 시장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별 주식은 50%, 70~80% 빠진다는 얘기죠.
작년 코로나 사태를 보면 됩니다. 작년에 누가 코로나를 대비했겠습니까. 그런 일들이 가끔 벌어집니다. 주식은 어쩔 수 없이 손실이 크지만 그 상황에서 가치가 지켜지거나 주식이 빠질 때 가격이 오르는 자산이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죠.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채입니다. 미국 국채를 환을 헤지하지 말고 노출시킨 상태로 투자하면 가장 자산배분 효과가 높습니다.
작년에 주식이 30~40% 빠질 때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는 15% 정도 수익이 났습니다. 그 상황에서 국채를 팔아서 충분히 빠진 주식을 사면 됩니다. 그리고 주식이 회복되면 주식을 팔고 국채를 다시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산배분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하신다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반반 정도 가져가는 게 무난하다고 봅니다. 추가로 올라가더라도 위험자산에서 수익이 나고, 만에 하나 조정이 와도 안전자산에서 커버를 하면 됩니다.
위험자산은 주식을 중심으로 하는데 한국 미국을 같은 비중으로 하면 좋습니다. 해외주식에 반감이 없는 투자자라면 저는 미국 주식을 좀 더 많이 넣기를 추천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유럽 주식과 중국 주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안전자산에서는 미국 국채가 괜찮고 현금도 일정 부분 가져가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지만 금도 자산의 5% 정도는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하반기 증시가 예상대로 흘러가도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압박을 받거나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