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ETF에 투자한 금액은 2018년 말 17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4656억원으로 2년5개월 새 2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IRP 잔액 가운데 ETF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 비중은 2018년 말 2%에 그쳤지만 지난달 말 13%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조원 넘게 쌓인 IRP 자금이 ETF 투자로 쏠리는 '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세액공제를 받고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상품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투자 목적으로 IRP 계좌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증권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과세 시점을 미루고 세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 때문에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IRP 계좌를 활용해 해외 주식 관련 ETF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100 ETF, 중국 전기차 ETF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 IRP 계좌 보유자 중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투자금액이 4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펀드는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며 나스닥에 상장된 업종 대표주 10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4월 기준 순자산이 7000억원을 돌파했는데, 국내에 상장된 북미 주식형 ETF 중 최대 규모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442억원), TIGER 차이나CSI300(234억원), TIGER 미국S&P500(203억원) 등도 투자금액이 많았다. TIGER 미국나스닥100과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30%, 34%를 기록했다.
IRP 계좌로 해외 주식 관련 ETF에 집중투자하는 것은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ETF에 대해서는 증권사 일반 계좌와 IRP 계좌 모두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 해외 주식 ETF를 증권사 일반 계좌로 매매하면 차익에 15.4% 세금을 부과하고, IRP 계좌는 매매 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IRP 계좌는 연금 수령 시점에 연령에 따라 연금소득세를 3.3~5.5% 과세한다. 만 55세 이상~70세 미만이면 5.5%, 만 70세 이상~80세 미만은 4.4%, 만 80세가 넘어가면 3.3%를 적용한다.
투자 가능 상품도 다양하다. IRP는 예금, 금리형 보험 등 원리금 보장 상품뿐만 아니라 ETF, 실적배당 보험, 상장지수증권(ETN), 리츠(REITs), 랩어카운트 등에도 투자 가능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연금계좌를 이용해 ETF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연금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범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채권형 펀드 정도에 투자하던 직장인도 목돈이 들어 있는 개인연금계좌를 활용해 주식을 매매하듯이 ETF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역외ETF'는 IRP 계좌로 투자할 수 없다. 또한 기초지수 가격 변동폭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기초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인버스 ETF에도
퇴직연금 계좌 등을 활용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ETF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순자산가치 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조9520억원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말 52조원에서 약 1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