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리미엄) 4000만원인데, 실거래 신고를 500만원에 하자고 하네요. 실거주 목적으로 알아보는 건데 매물이 없어서 고민되네요. 내 집 마련을 하려면 '불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합니다."
이달 초 경북 포항 F아파트 분양권을 알아보던 주부 김 모씨는 공인중개사에게 다운거래를 제안받았다. 지난 4월 분양한 이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없어 최근 분양권이 시장에 나왔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외지 투자자들이 '초피(초반 프리미엄)'에 싹쓸이하면서 프리미엄이 치솟고 매물이 품귀를 보였다. 청약에 떨어진 김씨는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분양권을 사려고 했는데 매도자가 "다운거래 없이는 안 판다"고 버틴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높아져서 매도자들이 다운거래를 요구하거나, 양도세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한다"면서 "매물이 워낙 귀해서 매수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했다.
다운계약은 실거래보다 낮게 거래 금액을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양도가액을 낮게 신고하기 때문에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실거래가액을 그대로 적되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내라고 하기도 한다.
분양권 거래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로 비규제지역 분양권에 투자자들이 몰려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운계약을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포항 F아파트는 '비규제지역'이어서 당첨자 계약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분양권은 지난달부터 한 달간만 242건, 전체 가구 수의 10.2%가량이 손바뀜됐다. 이러다 보니 전용면적 84㎡ 기준 프리미엄이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달부터 다주택자가 분양권을 팔 때 내는 양도세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 따라 6월 1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분양권 양도는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중과해 양도세 최고 세율이 75%에 이른다. 또한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 매매에 대해서도 최고 70%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1년 미만 보유한 뒤 팔면 70%, 1년 이상 보유한 뒤 팔아도 입주 전까지는 60%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기존에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분양권 1년 미만 보유자는 50%, 2년 미만은 40%, 2년 이상은 양 차익에 따라 6∼45%의 양도세율이 적용됐다.그러나 이달부터는 조정지역과 비조정지역 간 양도세율의 차등을 없애고, 동일하게 세금을 매긴다.
포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비규제지역 '피팔이'(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프리미엄 얹어서 파는 사람)들은 '단타'(단기거래)치면 70%세금을 내야하니까 어떻게든 다운거래를 하려고 한다"면서 "매수자입장에서는 나중에 양도시 세금을 더 내게 되므로 다운거래는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운거래는 지자체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센터에 신고하면된다. 부동산거래 허위신고를 하게 되면 양도소득세, 취득세 가산세가 부가된다. 취득세 3배 이하(부동산 매매) 또는 취득가액 5% 이하(분양권 매매) 과태료를 내야하며, 다운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자격정지, 등록취소, 업무정지에 처한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