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짜리 LH 혁신안 ◆
↑ 정부가 토지 사전 투기 의혹 사태를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을 위해 인력의 20% 이상을 감축하는 등의 혁신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7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발표된 혁신안의 핵심은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구축 △비핵심 기능 분산 및 인력 감축 △퇴직자 전관예우 등 고질적 악습 근절 △방만경영 관행 개선 및 엄정한 경영 평가에 따른 성과급 환수 등이다. 정부는 토지 사전 투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 조사업무를 국토부로 회수하기로 했다. LH의 조직 슬림화도 추진된다. 정부는 2단계에 걸쳐 약 2000명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전관예우 관행 근절 방안도 이번 혁신안에 담겼다. 단 7명이었던 취업제한 대상자가 2급 이상 직원(현재 529명)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8월에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겠다는방침이다.
정부의 LH 개편안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보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택지개발 정보를 국토부로 이관시키기로 한 결정이 과연 실현 가능하냐는 의문이다. 택지조사업무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토지가격 동향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지역산업과의 관계를 분석해야 할 뿐 아니라 택지 개발 후 판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원 20명이 택지조사업무를 맡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토부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토부가 택지조사를 전담하는 시스템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나 지방국토관리청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조사업무를 위탁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경우 정보 유출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둘째, 내년까지 전 직원의 20% 수준인 인력 200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논란이 예상된다.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한 이후 6000명 수준을 유지하던 LH 직원 수가 급증한 건 2017년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당시 LH 소속 비정규직 파견근로자 172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파견근로자 중 1300여 명은 LH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셋째, LH가 주도해 추진하겠다는 초유의 대규모 공급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월 4일 발표한 서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 공급계획 대부분은 LH가 주도하는 공공주도 공급형식이다. LH 인력이 감축되고 기능이 여기저기로 분리되면 공공주도 공급대책이 원활히 작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작업 등도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아직까지도 'LH 주도 공공 공급'을 지장 없이 밀어붙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정부의 LH 개혁안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
넷째,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직개편안은 결정을 미뤘다. 토지 부문이 돈을 벌고 주택과 주거복지 부문은 매해 적자를 내는 LH 내부구조상 마땅한 분리방법이 없음에도 당정이 '해체 수준의 개혁'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