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단독주택과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혼재된 용산국 한남동 모습 [사진 = 이충우 기자] |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시·도별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총 5453건으로 사고금액은 약 1조915억원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변제해 주는 보증상품이다.
연도별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2016년 27건에서 2017년 33건, 2018년 372건, 2019년 1630건, 지난해 2408건으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이는 보증금 반환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도 있지만, 보증 가입이 폭증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금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6000만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5000만원, 작년 4682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983건 발생했다. 사고금액은 1889억6000만원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보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수도권에서는 4193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해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사고금액은 9144억원으로 전국 사고금액의 84%에 달했다. 이는 수도권 전세보증금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경숙 의원은 "전세로 집을 얻으면 전 재산을 쏟아붓고 부족한 돈은 전세자금 대출까지 받기에 보증금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재산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가가 대신 갚은 돈도 1284억
전세 보증금 반화보증 사고로 인해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가 1000억원이 넘었다. 이 돈은 모두 공적 재원으로 전세금을 떼먹고 잠적하는 집주인 때문에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를 근절할 대책이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들어 4월까지 1284억원(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 HUG 자료 참조)에 달한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과 사고 건수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7만4319건, 808건이다.
HUG의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작년 4415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은 그나마 이들 기관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미가입 임차인들은 사실상 구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후 입법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아다. HUG도 별도의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채무 불이행자 명부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후속 조처는 없었다.
반환보증 가입 거절 사유 절반 '깡통주택'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거절된 건수는 2935건으로 집계됐다. HUG 자료를 보면 작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접수된 18만1561건 중 2187건이 거절됐고 올해에는 5월까지 8만7819건이 접수됐으나 748건이 거부됐다.
반환보증 가입이 거절된 2935건 중 1154건(39.3%)이 이른 바 '깡통주택'인 '보증한도 초과'로 가장 많은 퇴짜 사유였다. 이어 선순위 채권 기준을 넘거나 선순위 채권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는 779건(26.5%)으로 집계됐다. 집주인 소유의 전세 주택 등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하거나 보증채무가 있어 보증금지 대상으로 분류돼 가입이 거절된 것도 216건(7.4%)으로 집계됐다.
전세 계약 체결 당시 세입자는 집에 걸려 있는 권리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단독·다가구 주택에서 먼저 입주한 임차인의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근린생활시설 내 단독·다가구 주택이 혼재된 경우 상가 부분의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양 의원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세입자가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인데 세입자는 임대인의 귀책 사유로 가입조차 거절되는 위험성이 높은 주택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기 어렵다"라며 "전세 보증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 계약 전 임차인과 임대인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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