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임대차3법 ③ ◆
↑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임대 매물 관련 정보가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신문이 3일 국내 부동산 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 전·월세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 대부분이 전세 가격 상승을 전망한 이유는 결국 임대차법과 공급 부족으로 귀결된다. 서울 마포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전용면적 59㎡ 전세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올해 3월 9억6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 단지는 지난 4월 5억9300만원에 전세가 이뤄지기도 했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격차가 3억6000만원가량인 셈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의 시차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2022년 7월 말부터 시세가 높은 가격에 맞춰 동일하게 형성될 것"이라며 "전·월세 가격 상향 평준화는 시간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무주택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까'라는 설문에 응답자 84.3%(4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답변은 15.7%(8명)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신규 공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유세·양도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기존 매물이 순환되지 않는다"며 "세금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들이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시장 가격이 상승하고, 매매 시장도 가격이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다수가 2024년을 전세 시장 안정 시점으로 꼽았다. 이 기간 동안 임차인들은 공급 부족으로 가뜩이나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전가되는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설문조사 결과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에 전가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2%인 4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답변은 7.8%(4명)에 불과했다. 고 교수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는 보유세 전가 속도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91%로 전국 평균 19.08%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해마다 상향되면서 집값은 변동이 없어도 공시가격은 상승하는 만큼 주택 소유주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이되면서 전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씨 사례처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4%인 42명이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느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답변은 17.6%(9명)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1650건이다. 지난달 1일 2만2104건 대비 2.1%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5716건에서 1만6727건으로 6.4% 증가했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율은 37.4%로, 전년 동기 32.6% 대비 5%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전·월세 시장은 매매 시장보다 특히나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며 "전·월세 수요자들이 편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공급이 필요하고, 집주인들에게는 임대차 3법 등의 개선을 통해 세 부담을 전·월세로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한울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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