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사실 잡코리아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2013년엔 H&Q가 이 회사 경영 방향에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대주주 몬스터월드와이드가 50%+1주를 계속 보유하고, H&Q가 50%-1주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해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H&Q는 투자 직후 미국 뉴욕에 있는 대주주를 설득해 VCP(기업가치 증진 프로그램·Value Creation Plan)를 수립하고 실행을 주도했다. 앞서 2009년 에스콰이아 투자에서는 경영권을 인수하고도 주요 임원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인수 초기에 필요한 변화를 주지 못해 기업 개선에 실패한 바 있다.
"2호 펀드에 담았던 에스콰이아 투자에서 많이 배웠죠. 그 이후에는 우리가 처음부터 VCP를 실행할 자신이 있는 경우에만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단행했습니다. 또 A와 B가 모두 맞는 전략처럼 보일 땐 어느 쪽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하나를 빠르게 실행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흡한 점은 실행 과정에서 보완하고요. 비즈니스에는 정답이 없거든요."
2015년 나머지 50%+1주까지 인수해 잡코리아의 완전한 주인이 됐다. 전체 주식을 EBITDA의 10배 정도의 가격에 인수한 뒤 플랫폼을 양적·질적 양면으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이후 여러 중소·대기업의 정보 등 콘텐츠를 강화하고, 영업 인력 및 비영업 인력에 대해 확실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으며, TV 광고와 온라인 마케팅에 투자하여 플랫폼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매각 작업에 들어갔을 때 시장 일각에서 반신반의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을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실적은 그런 우려를 잠재웠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은 더욱 성장했음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2020년 EBITDA는 529억원이었는데 이는 2015년 173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외 여러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글로벌 운용사 어피너티가 최종 승자가 됐다.
"어피너티가 새 주인이 된 이후에도 잡코리아 실적이 계속 올라간다고 들어서 뿌듯합니다."
이제 5000억원 규모 4호 펀드 집행을 본격화한다. 3호 펀드의 잡코리아 투자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포부다. 젊은 운용력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H&Q는 하나의 무한책임사원(GP)이 여러 펀드를 거느리는 다른 PEF 운용사의 전략 대신, 펀드별로 GP를 따로 설정하거든요. 새 GP에서 기존 파트너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변동시켜서 펀드별로 새롭게 참여하는 파트너들이 더 많이 분배 받게 됩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죠."
H&Q는 1968년 미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PEF 운용사로 한국엔 1998년에 사무실을 열었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