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낮추며 적극적으로 기업 금융 확대에 나섰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요구하는 비우량 기업에 대한 정책적 자금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우량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100%에 육박했다.
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올해 2~4월 3개월간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금리 4% 미만 대출 비중은 각각 96.8%, 98.1%에 달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비중은 각각 84.6%, 88.5%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금리 4% 미만 대출 비중은 90%대였지만 외국계 은행보다는 낮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쪽에서 최근 중기 대출 금리를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금융 매각 발표 이후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해 기업금융 덩치를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도 "지난 3개월간 일시적으로 보증서 대출 등 저금리 대출 비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바젤Ⅲ 도입으로 은행권에서는 우량 중소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새로운 은행 자본 규제 기준으로,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추고, 기업대출 가운데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부도시 손실률(LGD)을 각각 45%→40%, 35%→20%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신용위험이 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BIS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 자본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유리해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도입할 예정이던 바젤Ⅲ를 조기 실행하면서 기업대출 비중 확대를 조건으로 걸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쪽을 늘려야 하지만 코로나19 충격 등으로 기업들 재무 상태가 안심하기 어렵다"며 "대기업 1·2차 벤더나 현금흐름이 양호한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금리와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등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도 우량 기업만 체리피킹(취사선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정부 시책에 적극 동조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금리·비우량 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0
금융당국은 결국 씨티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SC제일은행은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깎고 줄어든 50억원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10억원씩 재배정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